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무슬림이 영국 런던시장에 당선됐습니다.
영국 지방선거에서 수도 런던시장에 야당인 노동당의 사디크 칸 후보가 131만 표를 득표해 99만 표를 얻은 집권 보수당의 잭 골드스미스를 제쳤다고 BBC 등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습니다.
칸 후보는 1차 개표에서 44.2%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하지만, 당선 요건인 과반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2순위 지지자까지 합산한 2차 집계까지 따져 최종 당선됐습니다.
이번 런던시장 선거는 여야 승부 이외 이른바 '흙수저'와 '금수저' 대결 구도가 보태져 또 다른 관심을 끌었습니다.
현역 하원의원인 칸 후보는 파키스탄 출신 이민자 부모 사이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런던에서 태어났습니다.
침실 3개인 런던의 공공주택에서 살면서 공립학교를 나온 전형적인 '흙수저' 정치인입니다.
사망한 그의 부친은 25년간 버스기사로 일했고, 모친은 재봉사였습니다.
칸은 청소년 시절부터 신문 배달도 하고 여름철에는 공사 현장에서 일하기도 했습니다.
북런던대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인권변호사로 일했습니다.
이때 12년간 런던의 구의원을 한 경력을 바탕으로 2005년 하원 선거에 도전에 성공함으로써 중앙 정치 무대에 데뷔했습니다.
3년 뒤 당시 노동당 내각을 이끈 고든 브라운 총리가 초선 칸 의원을 지역사회·지방자치부 차관으로 발탁했고, 이듬해 교통부 차관에 기용했습니다.
영국 내각에 진출한 첫 무슬림이었습니다.
칸은 당선 발표 직후 자신과 같은 누군가도 런던시장이 될 수 있다며 모든 런던시민을 위한 시장이 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반면 고배를 마신 골드스미스 후보는 독일계 유대인 명문가의 일원이자 금융재력가의 아들로 태어난 전형적인 '금수저'로 꼽힙니다.
개인 자산이 2억 파운드 우리돈 약 3천600억원으로 추정되고, 재혼한 부인도 금융 명문가인 로스차일드 가문 후손입니다.
조부와 부친이 하원의원과 유럽의회 의원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골드스미스 후보는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존슨 전 시장의 지원 유세에도 열세를 뒤집는 데 실패했습니다.
정책 대결이 '브렉시트' 즉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쟁에 밀린 가운데, 칸 후보는 런던시민의 민생고를 공략해 시장 자리에 올랐습니다.
지하철과 기차, 버스요금을 임기인 4년간 동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런던시민을 외곽으로 내모는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과 월세에 대해선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저렴한 주택 공급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중도 좌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칸 후보는 강경 좌파인 노동당 대표 제러미 코빈과는 거리를 두는 선거 전략을 펴기도 했습니다.
브렉시트 찬반을 둘러싸고 내분이 깊어진 보수당과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노동당 후보에게 런던시장을 내주면서 타격을 입게 됐습니다.
신임 칸 런던시장 당선자는 브렉시트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한편 함께 치러진 스코틀랜드 의회 선거에선 독립을 지향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이 과반 의석에는 못 미쳤지만, 원내 제1당을 유지함에 따라 독립 추진 불씨는 여전히 남게 됐습니다.
니콜라 스터전 대표는 오는 6월 23일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 EU 탈퇴로 나오면 EU 잔류를 바라는 스코틀랜드가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다시 치르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혀왔습니다.
웨일스와 북아일랜드 의회, 잉글랜드 기초의회 등을 선출한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총선 중간에 치르는 지방선거 결과 대체로 여당이 패배했던 것과 달리 집권 보수당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