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연천군 전곡초등학교 앞에는 매일 오전 8시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노란 조끼의 '아저씨'가 있다.
동물약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신덕선(49)씨다.
'잠깐만 해볼까'하는 생각에 교문 앞 교통정리 봉사활동을 시작한 게 2007년 4월인데 어느새 십년이 됐다.
당시 신씨의 자녀는 이 학교 5학년과 1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아이들은 어느새 커 각각 대학교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연천에는 학교가 많지 않다 보니 부모의 차를 타고 통학을 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고, 이 때문에 교문 앞은 차와 아이들로 뒤엉키기 일쑤였다.
신씨는 4일 연합뉴스에 "동네에서 젊은 사람으로서 아주 작은 변화라도 있을까 해서 교통정리를 시작했다"면서 "하루하루 지나다 보니 이제는 사명감으로 '출근'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교문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본다고 대놓은 차에 정작 아이가 가려져 사고가 날 뻔한 것도 자주 봤다"며 "그런데 처음에는 '아저씨가 뭔데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는 욕을 더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신씨는 매일 봉사활동을 마친 뒤에야 악품 판매점으로 진짜 출근을 한다.
매일같이 정문을 지키던 그는 3년 전부턴 후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 정문엔 경찰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전곡초 관계자는 "처음 부임한 교사들은 신씨가 경찰인 줄로 안다"면서 "아이들을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봉사활동을 해주신다는 걸 뒤늦게 알고 깜짝 놀라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 학교 연간 수업 일수가 190여일 정도 되는데, 매일 한시간씩 10년으로 계산하면 거의 2천시간을 교문 앞에 서서 보낸 셈이다.
그러나 신씨의 봉사활동은 자원봉사 시간에 집계되지도 않고, 소위 '폼나는' 일도 아니다.
비 오는 날이면 우비를 입고 쫄딱 비를 맞아야 하고, 초등학생들에게 만만한 취급을 받기도 한다.
지난 2일 우종수 전곡초 교장이 어린이날을 맞아 신씨에게 감사패를 수여한 게 이제까지 활동에 대한 보상의 전부라면 전부다.
그런데도 그는 늘 싱글벙글한다.
매일같이 아이들 얼굴을 마주하면서 '홍반장' 역할까지 자원한다.
어린이들이 "아저씨, 준비물 까먹고 안 가져왔는데 천원만 빌려주세요"라거나 "엄마한테 전화해야 하는데 휴대폰 좀 쓸게요"라는 등 여러 가지 부탁을 하는데도 흔쾌히 들어준다.
최근에는 청소년 선도활동을 하는 법무부 법사랑위원(연천지구)까지 맡은 신씨는 "나보다 높은 사람들이 내가 앞장선 일을 따라해주길 바라는 욕심이 있다"면서 "그때까지 더 성실히 살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