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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기업들의 '나랏돈 도둑질' 잡는 미국 부정청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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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매출이 거의 50조 원에 달하며 세계 제약업계 1, 2위를 다투는 거대제약사 화이자가 미국 정부의 철퇴를 맞고 백기를 들었습니다.

화이자는 현지시간 지난 27일 미국 법무부와 7억 8천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8천932억 원을 미국 정부에 배상해주기로 합의했습니다.

화이자의 자회사 와이어스가 영세민 의료보호제도인 메디케이드에 '약값 바가지'를 씌운 혐의로 미국 법무부가 민사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지 7년 만에 법적 분쟁을 접고 바가지 씌운 금액의 3배가량을 '징벌적 배상금'으로 내기로 한 것입니다.

화이자는 이날 4분기 실적을 1천720만 달러, 196억 원 적자로 수정한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지난 2월에 6억 1천300만 달러, 약 7천억 원의 흑자라고 4분기 실적을 발표했지만 이번 보상금 지급 때문에 적자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법무부의 이번 개가는 앞서 2명의 개인이 '부정청구법'에 근거해 제약 및 건강 관련 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덕도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내부 또는 시민 고발자 보상제도인 이 법은 허위나 부정한 방법으로 국가에 손해를 끼친 개인이나 기업을 상대로 미국 시민 누구나 소송을 걸 수 있으며, 정부가 이 소송을 도울 수 있고, 중재나 법원 판결에 따른 환수액의 최대 30%까지 고발 소송자에게 포상금을 줄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의사 '윌리엄 라코르테'는 몇몇 건강기업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지난해 거액의 포상금을 받았습니다.

그는 과거 거대 제약사 머크가 메디케이드에 위산역류 치료제 펩시드를 납품하면서 과다 청구했다고 소송을 낸 바도 있으며, 결국 2008년 머크는 2억 5천만 달러, 우리 돈 약 2천800억 원을 정부에 보상하는 중재에 합의했습니다.

또 다른 제약 대기업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전직 판매책임자가 이와 유사한 소송을 제기해 현재 중재가 진행 중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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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승인받지 않은 용도로 특정 약을 마케팅한 혐의로 정부 조사가 진행되자 2012년 무려 30억 달러, 우리 돈으로 3조 4천억 원을 보상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밖에 존슨앤드존슨, 애보트 등 다른 거대 제약업체들도 유사 사건으로 거액의 보상을 하기로 하고 정부와 합의한 바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부정청구법'으로 보건뿐만 아니라 여러 분야의 부패를 막고, 그동안 70조 원이 넘는 돈을 환수했다며 우리나라도 이 같은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의 경우, 현행 법령에선 일단 포상 금액 자체가 정액으로 제한돼 있고 상대적으로 크지 않습니다.

예컨대 복지부에 따르면, 병원 등이 요양 보험급여 등을 부당 청구했을 경우, 업무정지 대신에 5배까지 과징금을 매기고 이의 일정 요율을 고발자에게 포상금으로 줄 수 있지만 최대 10억 원으로 돼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해 4월 국회에 제출한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등 방지법안', 즉 재정환수법안은 부정청구한 돈을 환수함은 물론 환수액의 5배까지 제재 부과금을 물릴 수 있고 이 부과금의 5~20%까지 제보자에게 포상금으로 줄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고 19대 국회 만료와 함께 일단 폐기될 이 법안에선 건당 포상액 한도를 30억 원으로 확대했습니다.

현행 부패방지 권익법의 상한액은 20억 원이며, 지금까지 11억 원이 최고 기록입니다.

이와 관련해 검사 출신의 구태언 변호사는 "원전비리, 방위사업 비리 등 천문학적 부정부패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부패를 제대로 적발하고 환수액을 늘리려면 미국 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 변호사는 부패고리 속에 있던 사람도 내부고발을 할 경우 불이익이 없도록 보호하는 제도를 강화하고, 포상액도 미국처럼 대폭 늘려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는 한정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국민권익위 박주미 청렴총괄과 서기관은 "영미법에선 납세자인 시민이 정부를 대행해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정부가 동참할 수 있지만, 우리 법률은 원고 적격성과 관련한 체계가 달라 동일한 제도를 도입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박 과장은 "미국의 경우 정부도 민사소송을 걸고 판결이나 중재를 통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는데 우리는 법률에 정한 행정처분으로 징수할 수 있어 오히려 간명하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재정환수법안은 보조금 등 정부가 일방적으로 지급하는 각종 재정행위에 손해를 끼치는 분야만 다루고 있으며 관급계약 등에 관한 것은 별도 법률에 있고 과징금과 포상금 규모도 작다는 점 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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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논설위원 기자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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