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역 연쇄 테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브뤼셀 시내에서 테러 공포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벨기에 전역에서 3단계(심각) 테러경보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시설에는 무장 병력이 경계를 서고 있으며 공항과 지하철 등 다중 이용 시설의 보안이 강화됐다.
브뤼셀 시민들은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뤼셀 테러의 악몽에서 점차 벗어나는 모습이다.
한때 전면 폐쇄됐던 대중교통은 거의 완전 정상화됐다.
공공 기관들도 정상 업무에 복귀했다.
벨기에 당국은 프랑스 및 영국 등과 공조해 파리 테러 및 브뤼셀 테러 용의자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테러 위협 상존…경계·보안조치 강화
벨기에 정부는 19일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벨기에를 비롯해 유럽 지역에 추가로 테러리스트를 파견했다는 정보를 입수해 이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벨기에 위기대응센터는 시리아에서 훈련받은 지하드(이슬람 성전) 전사들이 벨기에 등 유럽 지역으로 들어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히고 이에 따라 벨기에 전역의 3단계 테러경보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테러 위협이 상존함에 따라 벨기에 당국은 공항, 철도, 원자력 발전소 등 주요 시설에 대한 보안조치를 강화했다 지난해 11월 파리 테러 발생 후 벨기에 정부는 한때 최고 등급인 4단계(매우 심각) 테러경보를 발령했다.
벨기에는 지난해 11월 말 이후 3단계(심각) 경보를 유지해오다가 지난달 22일 브뤼셀 공항 및 지하철역 연쇄 테러 발생 직후 다시 4단계로 격상한 바 있다.
벨기에 당국은 지난달 24일 3단계로 하향 조정한 후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브뤼셀 테러 이후 벨기에 정부의 테러 대응 능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벨기에 의회가 보안 강화법안을 마련했다.
브뤼셀 테러 발생 후 긴급 설치된 벨기에 의회 테러대책 특별위원회는 사법 당국의 야간 수색을 가능케하고 외국인 테러리스트에 대한 정보 수집과 공유를 강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한 법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헤인스 법무장관과 얀 얌본 내무장관이 공동 발의한 이 법안은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밤 9시∼새벽 5시 야간 가택 수색 금지규정을 없애 경찰의 24시간 수색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법안은 불법 무기 거래 등 테러와 관련된 불법행위를 추적하기 위한 전화 도청을 허용하고 있다.
벨기에 당국은 외국인 테러조직과 테러리스트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데이터뱅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도 보안강화 조치가 마련됐다.
유럽의회가 항공승객 정보공유 법안을 승인함으로써 테러 방지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법안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EU 지역을 출입하는 승객의 여행날짜, 여정, 여권 세부정보, 전화번호 등 정보를 목적지인 EU 국가의 정부 당국과 공유해야 한다.
이 기록은 6개월간 보존된다.
이 같은 승객정보 공유는 시리아나 이라크로부터 유럽으로 향하는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잠입을 사전에 차단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브뤼셀 테러 이후 벨기에 정부 내에서는 테러 정보 실패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다.
얌본 내무장관과 헤인스 법무 장관은 사의를 표했으나 반려됐다.
그러나 자클린 갈랑 교통장관은 브뤼셀 공항 보안 실패의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 완전 정상화 시간 걸릴 듯
테러로 폐쇄됐던 벨기에 브뤼셀 자벤텀 국제공항은 지난 3일 부분적으로 운영을 재개했다.
재개 첫날 '상징적' 수준인 3편을 운항한 데 이어 점차 운항 편수를 늘리고 있다.
그러나 테러 이전의 통상 하루 운항 편수인 600여편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브뤼셀 공항 운영사는 브뤼셀 항공의 EU 역내 노선을 우선 운항하고 점차 항공사와 운항 편수를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브뤼셀 공항 운영사의 아르노 파이스트 CEO는 브뤼셀 공항의 출국장 시설을 완전히 복구하고 여객기 운항을 정상화하기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는 완전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U 본부 부근의 말베이크역에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이후 브뤼셀 지하철은 한 때 전면 폐쇄됐다가 부분 운행을 거쳐 지금은 말베이크 역을 제외한 전 구간에서 정상 운행되고 있다.
전차와 버스도 일부 공항 노선을 제외하고 정상 운행되고 있다.
브뤼셀 시민들은 지난 17일 테러와 증오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 행진을 벌였다.
브뤼셀 테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이날 시위에 참석한 7천여명의 시민들은 평화를 위한 연대를 촉구했다.
◇ 벨기에·프랑스·영국 등 공조 용의자 검거 박차
파리 테러와 브뤼셀 테러에 IS의 동일한 테러 세포 조직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유럽 각국은 공조 수사를 강화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파리 테러 주범 살라 압데슬람(26)이 체포된 데 이어 벨기에 경찰은 파리 테러와 브뤼셀 테러에 모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모하메드 아브리니(31)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압데슬람은 파리 테러 주범 가운데 유일한 생존자로 테러 4개월여 만인 지난달 18일 브뤼셀 몰렌베이크 구역에서 경찰에 생포됐다.
프랑스 정부는 130명이 숨진 파리 테러의 진상을 밝히고자 벨기에 정부에 압데슬람의 범죄인 인도를 요구했다.
지난 8일 체포된 아브리니는 테러에 의한 살인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아브리니는 브뤼셀 공항 테러에 직접 가담한 공항 CC TV 속의 모자 쓴 용의자라고 자백했으나 일부에서는 그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거짓 자백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파리와 브뤼셀 테러에 가담한 혐의가 확인된 아브리니는 압데슬람과 함께 벨기에 브뤼셀의 몰렌베이크 구역에서 성장했다.
벨기에 사법 당국은 압데슬람과 아브리니의 체포로 파리와 브뤼셀 테러와 관련해 드러난 주요 용의자는 모두 체포되거나 사살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의 주장대로 아브리니 이외의 또 다른 용의자가 이번 브뤼셀 테러에 가담했다면 더 광범위한 수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찰도 최근 파리 테러 및 브뤼셀 테러 용의자 5명을 체포했다.
프랑스 경찰은 지난달 24일 파리 북서부 아르장퇴유에서 자국 내 테러를 모의한 레다 크리케를 체포했다.
크리케의 아파트에서는 칼라시니코프 소총 5정, 권총 7정, 다량의 폭발물 등이 발견됐다.
크리케는 시리아 잠입을 계획한 IS 조직원으로 작년 7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파리 테러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와 함께 궐석 재판을 받았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벨기에와 프랑스 경찰은 아직 20여 명에 달하는 파리 테러 및 브뤼셀 테러 관련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