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판매가 역대 1분기 기준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국내 차 업체들은 올 1분기 36만 8천여 대를 팔아, 지난 2011년 기록했던 1분기 최고기록 36만 2천여 대를 2만 6천여 대나 넘어섰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다는데, 어떻게 이런 실적을 달성했을까요?
일단 세금 효과가 컸습니다. 개별소비세 인하가 종료됐던 1월엔 감소세를 기록했지만, 개별소비세 인하가 다시 적용된 2월부터는 다시 반등했습니다. 지난해 말 개소세 인하가 끝난 후 1월 내수 지표가 푹 꺾이자 정부는 경기 회복 불씨를 살리기 위해 개별소비세 인하를 올해 6월 말까지 한시적으로 연장했습니다.
여기에다 연초 '신차효과'가 가세하면서 차를 구입한 사람들이 크게 늘었습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EQ900는 지난달까지 총 8천210대가 판매됐고, 친환경 전용 모델 아이오닉 하이브리드도 3월까지 3천54대가 팔렸습니다. 기아차의 준대형 세단 신형 K7, 르노삼성의 고급 중형 세단인 SM6, 한국GM의 스파크 등도 판매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런 지표에다 최근 소비자심리지수가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부진했던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는 것 아니냐는 희망섞인 분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경제는 심리'인 만큼 근거에 기반을 둔 낙관적인 전망은 의미가 있지만, 너무 빠른 기대감은 자칫 긴장감을 늦추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수출입니다. 우리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수출이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경제의 성장 동력으로 꼽히던 수출은 지난달까지 15개월 연속으로 줄었습니다. 월간 수출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이렇게 오랫동안 수출이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간 적은 없었습니다. 최근 수출 감소폭이 줄어들어서 그나마 다행인데, 감소폭이 줄었다고 기뻐하기엔 우리는 수출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국가입니다.
내수에서 최대 실적을 올린 자동차의 1분기 수출만 봐도 그렇습니다. 수출실적은 정반대로 좋지 못합니다. 올해 1분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보다 10% 넘게 감소했습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1∼3월 65만4천494대(승용차 62만6천144대, 상용차 2만8천350대)의 차량을 외국으로 수출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1분기 수출 실적인 73만3천759대에 비해 10.8% 줄어든 수칩니다. 중국 경제성장의 둔화와 주요 신흥시장 수요 감소, 글로벌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이 1분기 수출이 급감한 원인입니다.
국내에선 역대 최대라는 차 판매가 수출에서 정 반대 모습이 나타나는 건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듯 합니다. 대외여건 악화가 지속되면서 대내적으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인위적인 부양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반년 만에 3.2%에서 0.5%P나 한꺼번에 낮췄습니다. 2.7% 성장 전망은 우리나라 정부 전망인 3.1%보다 0.4%P나 낮습니다.
IMF의 전망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3년 연속 2%대 성장률을 기록하게 된다. 성장률을 낮춘 이유에 대해 IMF는 한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중국의 수입 수요 둔화를 꼽았습니다. 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 저출산 등이 잠재 성장률을 갉아먹을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IMF는 분석했습니다.
귀에 닳도록 들은 가계 부채 문제, 부진한 구조조정,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정체 등도 우리 경제엔 부담스런 요인입니다. 이런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들의 투자는 위축되고 있습니다. 기업의 투자가 줄면 일자리가 덜 만들어지고, 일자리가 부족해 가계 소득이 줄어들면, 자연히 가계가 소비를 덜 하게 됩니다. 가계가 씀씀이를 줄이면 기업들의 매출 저하로 이어져 이 악순환은 계속 반복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에서 개최한 한국경제설명회에서 해외 투자자들을 만나 "현재는 3.1%의 성장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아직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는 건데, 그러면서 만일 중국 등 대외여건이 더 악화된다면 추경을 편성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반복된 경기부양책은 ‘아, 앞으로 또 하겠지’ 하는 소비자 기대심리를 형성해 소비를 미루게 돼, 의도된 회복을 달성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국제기구보다 우리나라 정부의 예측이 적중하길 제발 기대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인위적 부양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정부가 더 심각하게 인식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