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월 12일은 무슨 날일까요? 공휴일도 아니고 대부분 잘 모르고 지나가는 날일텐데요 ‘Equal Pay Day’ 즉 ‘동일 임금의 날’이라고 합니다. 성별과 인종에 상관없이 같은 일을 하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정된 날입니다.
미국은 어느 나라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고 평등을 강조하는 나라인데요, 군에서 4성 여성 장군이 3명이나 탄생했고 아이비리그 8개 대학 가운데 6개 대학의 총장이 여성입니다. 하원의원 20%이상이 여성이고, S&P 1500에 포함된 기업의 9%는 여성 CEO가 회사를 이끌고 있고, 이사회의 15%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차기 유력 대통령 후보 역시 여성이고요.
동일임금법이 만들어진 지 50년이 지났지만 최고 선진국이라고 하는 미국에서 남녀 간 임금 격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4년 기준으로 남녀 간 임금 격차는 평균 21%였습니다. 백인 남성이 1달러를 번다고 했을 때 같은 일을 하는 여성은 79센트를 버는 셈인데요, 지난 1964년 남성 임금의 59%였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이런 속도로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좁혀진다면 지금부터 40년 이상이 지난 2059년은 돼야 여성은 같은 일을 하고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볼까요? 오바마 대통령이 동일 임금의 날을 맞아 백인 남성의 79%인 미국 여성 임금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는데요, 흑인 여성은 백인 남성의 60%, 라틴 여성은 55%를 받는다며 성별은 물론 인종별로도 여전히 차별이 크다는 점을 직접 강조했습니다.
다른 조사를 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있는데요, 여성 가운데 가장 높은 임금을 받는 사람은 아시아계였습니다. 여성 평균 79%보다 높은 90%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지만, 남녀 간 임금 평등이 높은 직종에 더 많이 종사하지 않을까 추측됩니다.
또 눈에 띄는 것은 학력별 격차인데요, 고졸 이하의 경우 여성 평균 임금이 남성의 80%였지만 석사 이상의 경우엔 성별 격차가 더 벌어져 74%였습니다. 고학력 여성일수록 같은 직종 남성에 비해 임금 차가 더 난다는 것입니다.
동일 임금의 날을 맞아 오바마 대통령과 유력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은 진정 미국이 발전하려면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대선을 앞두고 여성 표를 의식한 힐러리는 자신의 대선캠프가 1년 전 동일 임금의 날 시작됐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미국 정보기술 업계의 대표적 기업인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루 전날 자신들은 직장 내 임금 차별이 없다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성별 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뾰족한 방안은 없을까요? 그동안 사회 경제학자들은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습니다. 직원들의 월급 공개, 유급 육아휴직 전면 도입 등 근무 환경 변화인데요, 아예 캘리포니아주처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일을 하는 경우에만 동일 임금을 요구하는 연방법과 달리 비슷한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이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강력한 법안을 실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CNN은 미국 내 몇몇 기업을 분석해보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여성이 회사 이사회에 많이 진출한 회사일수록 동일 임금이 지켜지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이 또한 쉬운 방법은 아닌 것 같네요.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지난 3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남성이 1일 때 63.3이었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흑인 여성 정도의 임금을 받는 것입니다.
여성의 취업 문도 남성보다 좁고 어렵게 일자리를 구해도 승진하기가 어려운 데다 남녀 임금 격차를 비교해볼 수 있는 관련 통계도 기업들이 잘 만들고 있지 않은 상황입니다. 동일 임금까지 미국은 갈 길이 멀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 길이 더 멀고 잘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