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연승을 질주하면서 대의원 확보 경쟁에서 크게 뒤진 미국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승부수를 던진 모양새다. 이른바 '프란치스코 교황 카드'이다.
샌더스 의원은 291명의 대의원이 걸려 승부처로 꼽히는 오는 19일(현지시간) 뉴욕 주 경선을 나흘 앞두고 로마 교황청이 주최하는 회의에 참석하기로 한 데 이어 본격적인 '교황 세일즈'에 뛰어든 모습이다.
그는 방문 기간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회칙 '백주년' 반포 25년 축하행사와 사회과학학술원 주최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샌더스 의원은 지난 8일 교황청 방문이 확정되자 성명을 내 "교황은 우리가 경제불평등을 줄이고, 금융부패를 척결하며, 자연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무관심의 세계화'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그것이 미국과 세계가 직면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9일 뉴욕 맨해튼 유세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간 이 세계의 불평등에 관해 역설해왔으며 나는 그 역할의 엄청난 팬"이라며 "교황은 소외된 이들에 대해 관심을 두는 윤리적 의무를 지닌 경제에 대해 말씀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발언은 경제 불평등 해소를 전면에 내세운 자신의 선거 캠페인과 교황청 방문을 엮겠다는 구상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는 풀이했다.
그러면서 샌더스 의원은 "위대한 나라는 얼마나 많은 억만장자가 있는가, 군대가 얼마나 큰가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가장 취약한 시민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는 그 시험에서 실패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며 "사회안전망이 보호하지 못하는 노인들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연간 25만 달러 이상 버는 이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 하지만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진정 이 이슈를 피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힐러리 의원 측 브라이언 팰론 대변인은 트위터에 샌더스 의원이 이번 교황청 방문을 초청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신청했다는 일부 보도를 언급하며 "저런"이라며 짤막하게 반응했다.
샌더스 의원은 오는 14일 클린턴 전 장관과 뉴욕 브루클린 토론회 직후 바티칸으로 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공개 또는 비공개로 교황을 알현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WP는 "샌더스 의원이 교황을 만날 수 있다면 유세를 중단한 위험을 상쇄하고 선거운동에 도움을 줄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샌더스 의원의 바티칸 방문은 교황의 직접 초청이 아니라, 마르셀로 산체스 소론도 주교의 초청에 따른 것이라고 페데리코 롬바르디 교황청 대변인이 밝혔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샌더스 의원에게 초청장이 발송됐는지 여부를 교황이 사전에 알았는지도 불확실하다고 덧붙였다.
소론도 주교는 언론 인터뷰에서 샌더스 의원을 초청한 데 대해 "회의에서 토의될 이슈들에 대해 샌더스 의원이 그간 목소리를 높여왔고 교황의 발언을 인용해왔다"며 "그가 초청을 수락해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샌더스 의원의 초청을 교황과 상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또 "만약 클린턴 전 장관이 초청을 수락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역시 초청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