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저녁 발생해 13시간여 만에 불길이 잡힌 충북 단양 소백산 화재로 3㏊의 산림이 불에 탔습니다.
소백산 국립공원으로 번졌다면 수백 년 걸려 조성된 아름드리나무 숲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을 수도 있어 진화대는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불은 마을 민가로도 번질 뻔해 일부 주민이 한밤에 긴급 대피하는 등 자칫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습니다.
산불 진화를 위해 산림청 헬기 5대와 소방차 6대가 출동했고 공무원과 국립공원사무소 등 유관기관 인력 400여 명이 동원돼 밤을 새다시피 하며 진화에 나섰습니다.
'국립공원 사수대' 50여 명은 펌프를 둘러메고 갈퀴와 삽으로 무장한 채 앞도 제대로 안 보이는 험한 산길을 1시간 30분을 걸어 올라가 국립공원 500m 지점에서 가까스로 불길을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단양군은 이 산불 최초 발화지점으로 단양읍 천동리 산 7번지 천동동굴 부근 소백산 자락으로 보고 있습니다.
소백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없고, 발화 지점 부근에 작은 밭이 여러 개 있는 점으로 미뤄 밭두렁을 소각하다 산불로 번졌을 것이라는 게 단양군의 추정입니다.
논·밭두렁 소각은 농촌의 오랜 관습으로 해충 방제약이 변변치 않았던 1960~1970년대는 겨울을 난 애멸구나 끝동매미충을 박멸하기 위해 당국이 권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품종 개량을 거듭해 이런 해충에 의한 농작물 피해는 거의 없게 됐을 뿐 아니라 오히려 농사에 도움이 되는 거미 등 익충은 89%가 죽지만 해충은 겨우 11%만 소멸한다는 전북농업기술원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논·밭두렁 소각으로 인한 산불 발생은 끊이지 않아서 강원도에서는 2013년 23건, 2014년 32건, 2015년 45건으로 해가 갈수록 오히려 논·밭두렁 화재가 늘었습니다.
특히 3년간 발생한 논·밭두렁 화재의 41%가 날씨가 건조한 3월에 집중돼, 바람이 불어 번지면 속수무책으로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방자치단체와 산림당국은 해마다 농사에 도움은 안 되고 대형 산불의 원인을 제공하는 논·밭두렁 소각을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논·밭두렁 소각에 나서는 이유는 해충 박멸보다는 잡초소각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논·밭두렁 잡초를 소각하지 않으면 모두 베어내야 하는데 농촌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으로 그럴 여력이 없다는 것입니다.
수확물이라도 있으면 모르겠지만 굳이 지대도 험한 논·밭두렁을 줄타기 하듯 오가며 잡초를 벨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집에서 나오는 쓰레기며 버릴 때가 된 옷가지, 가구까지 함께 태우기 때문에 인화성이 강해 불길도 세고, 쉽게 잡히지도 않는 것입니다.
충북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농촌에서도 밭두렁 소각이 효과가 없다는 걸 다 알고 있다"며 "알면서도 (밭두렁을) 치울 여력이 안 되니까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단양의 한 이장은 "논·밭두렁 잡초 제거단을 운영하는 등 근본 대책을 내놔야 한다. 도시에서 불법 광고물 수거하면 포상금 주듯 효과적인 산불 예방 차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