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프로야구 개막일이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동북부 일대 뉴욕 양키스 팬들은 두 거대 미디어 그룹, 컴캐스트와 21세기 폭스의 중계료 분쟁 탓에 올해 케이블 TV로는 양키스 경기를 못 볼 수도 있습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우리의 프로야구 중계 시스템과 달리 미국은 대개 구단별로 중계를 맡고 있는 지역 방송사(regional sports networks)가 따로 있습니다. 뉴욕 양키스 경기는 '예스네트워크'라는 방송사가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데 이 회사의 지분 80%를 루퍼트 머독의 21세기 폭스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나머지 20%는 양키스 구단 몫입니다. 지난 2012년 예스네트워크는 양키스 구단과 2042년까지 30년간 TV 중계권 계약을 맺었는데 폭스는 2014년 49%이던 이 회사 지분을 8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같은 전략적 투자의 결과로 양키스의 스타 플레이어들은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거겠죠. 물론 시청자들은 더 많은 돈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지난해 11월, 10년 이상 양키스 경기를 방송해온 미 케이블 TV 업계 1위 컴캐스트가 돌연 예스네트워크를 전송 목록에서 빼면서 시작됐습니다. 컴캐스트 측은 한 마디로 폭스가 너무 높은 중계권료를 요구한다고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컴캐스트에 가입해 양키스 경기를 보고 싶은 시청자는 매달 5.36 달러(6,270원)를 내야 합니다. LA 다저스 팬들이 독점 중계사인 '스포츠넷 LA'에 내는 월 4.59 달러(5,370원)를 넘어 미 전역에서 가장 비싼 값을 내고 있습니다.
컴캐스트 측은 이것도 모자라 폭스 측이 올해 30% 정도 수신료 인상을 요구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폭스 측은 컴캐스트의 갑작스런 방송 중단이 부당하다며 원색적인 비난 광고를 길거리와 라디오, 신문 등에 대거 싣고 있습니다. SHUT OUT COMCAST!라고 말이죠. 미 프로야구 개막일이 다가오면서 중계료 분쟁으로 인한 방송 중단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어 신경전도 더 날카로워지고 있습니다.
컴캐스트와 폭스는 현재 서로의 주장을 뒷받침할 시청자 수와 시청률 등을 근거로 양보 없는 여론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로서 콘텐츠 제공업체에 비해 힘의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생각한 컴캐스트로서는 스포츠 중계를 원하지 않는 가입자들에게 값비싼 수신료를 물려가며 굳이 폭스 측을 도와줄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독과점에 대한 우려로 미 케이블 업계 2위이자 뉴욕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가지고 있는 타임워너케이블과의 합병이 무산된 이후니까 말이죠. 시청자들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물론 'cord cutting'이 있습니다. 케이블 TV를 끊고 인터넷 TV 등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선택을 말합니다. 폭스 측이 컴캐스트 가입자들에게 권하고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적은 수의 열혈 스포츠 팬을 포기하고 다수의 가입자들을 안고 가 손해를 최소화하고 싶은 컴캐스트나 값비싼 중계권료를 치른 만큼 결국은 이를 수신료로 메울 수밖에 없는 폭스를 보면 거대 미디어 그룹의 이익 앞에 시청자의 권리가 설 자리는 좁아 보입니다. 양측의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어떻게 끝을 맺을지 모르지만 대부문의 산업에서 독과점 기업이 생기면 경쟁은 제한되고 비용은 올라가며 선택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