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설수 오른 고용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구설수를 겪었습니다. 바로 고용부의 광고 속에서 입은 '붉은옷' 때문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8일부터 '인턴지침' 광고를 시작했습니다. 지난 1월에 이른바 '열정페이'를 막기 위해 발표한 '인턴지침'을 홍보하기 위해서입니다. 아이들은 청년들의 손을 잡고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 "위험한 일은 안 돼요"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이기권 장관이 등장합니다. "인턴을 근로자처럼 일을 시키면 최저임금법을 지켜야 합니다." 내용만 보면 하등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사달이 난 건 광고에 쓰인 주된 색(色) 때문입니다. 시민단체와 노조로 구성된 '국가기관 선거개입 감시 캠페인단'은 '붉은옷'을 입고 등장한 이기권 고용부 장관 등을 선거법 위반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습니다. 광고 영상 속 "도입 배경색과 글자색, 등장인물이 착용하는 소품 등에 한결같이 여당을 연상시키는 붉은색이 사용됐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캠페인단은 "이런 연상 작용이 일어날 수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붉은색을 사용한 것은 의도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 "의도 있다" vs "관련 없다"
고용부는 황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당장 "해당 영상에서 붉은색을 주로 쓴 것은 청년에게 일자리 희망을 선물하는 산타클로스 이미지를 빌린 것일 뿐 새누리당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고용부는 억울합니다. 내부에서는 "그럼 총선을 앞두고 축구 국가대표팀도 붉은옷을 입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왔다고 합니다. 노동개혁이 곧 일자리개혁이라는 점을 홍보하기 위한 정부의 진정성을 사람들이 몰라준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진정성이라는 거짓말. 캐나다 철학자 앤드류 포터의 책 제목입니다. 진정성이 일종의 허구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책 표지에는 "'진정성'의 정확한 실체는 모르지만 '진정성 없는 것'이 무엇인지는 직관적으로 알고 있으며 '진정성'이 뭐든 간에 사람들은 그것을 원한다"라고 돼 있습니다. 고용부는 '진정성'을 담았지만 캠페인단이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내용과 형식의 간극에서 오는 차이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진정성'과 '의도' 사이의 간극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013년 5월 미국 방문 때 푸른색 계통의 재킷을 입었습니다. 미국인이 선호하는 색이었습니다. 6월에 중국을 찾았을 때는 빨간색이나 노란색 재킷을 입었습니다. 이유는 같았습니다. 상대의 마음을 얻고 싶다는 진정성(내용)을 옷(형식)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복식에서 시간(time)과 장소(place), 상황(occasion)을 감안해 옷을 입는다는 TPO를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좋은 의도가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이기권 장관이 푸른색이나 연두색, 노란색 옷을 입었으면 이런 논란이 없지 않았을까요. 좋은 의도도 그에 맞는 외피를 둘러써야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이기권 장관은 '공무원 선거중립 의무 위반'으로 신고됐습니다. 하지만 장관은 대통령과 명운을 함께 하는 '정무직' 공무원입니다. 당연히 해당 정부 색채를 띤 인사가 발탁됩니다. 아시겠지만, 일반회사 부장들은 근로자이지만 사업주의 경영권을 위임 받았다는 이유로 노조에 가입할 수 없습니다. 사업주의 이해를 대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무직' 공무원은 특수한 공무원인 만큼 의도를 가진 행위라 할지라도 통크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떨까도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박 대통령의 최근 잇따른 대구·경북 지역 방문 또한 경선 개입 논란을 불렀기 때문입니다. 옷 깃을 여며야 할,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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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CNBC 권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