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년 안기부가 '남매간첩단'으로 발표하고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된 김삼석·은주 씨 남매가 22년 만에 재심을 받았지만, 다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일부가 유죄로 판결됐습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김씨 남매의 재심에서 "피고인들이 일본에서 반국가단체인 한통련 의장 등을 만나고 이 단체에서 적지 않은 금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며 삼석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은주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습니다.
이들은 지난 1994년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4년과 자격정지 4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자격정지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로부터 22년이 흘렀지만, 법원은 이들이 일본에서 접촉한 한통련의 반국가단체성을 부정할 수 없으며 이들이 이 단체의 실체를 잘 알면서 수차례 만나고 활동비 명목으로 돈도 받았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한통련 전신인 한민통은 반국가단체인 북한과 조선총련 지령에 의해 조성됐고 한통련은 이를 발전·개편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피고인들이 고등교육을 받고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고 활동한 정황을 보면 한통련의 반국가단체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또 여러 차례에 걸쳐 50만 엔이라는 큰 돈을 받은 것은 이 단체 가입, 활동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이들이 한통련 관계자들에게 국내 동향이나 군사기밀이 담긴 문서를 넘겼다는 국가보안법상 편의제공과 군사기밀탐지 혐의 등은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습니다.
앞서 김삼석 씨는 안기부가 처음 자신을 체포해 조사할 당시 불법행위를 저질렀고 고문과 가혹행위로 사건을 조작했다며 2014년 3월 이 사건의 재심을 신청했습니다.
서울고법은 안기부가 김씨 남매의 구속영장을 늦게 발부해 2일 7시간 동안 영장 없이 불법 구금하는 등 수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2014년 8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증거로 제출된 안기부의 압수물이나 검찰의 피의자 신문조서 등이 절차적인 문제가 의심되거나 사본으로 제출돼 당사자의 서명 날인이 누락된 점 등을 들어 증거능력을 배척하고 김씨 남매가 인정한 신문조서와 원심의 법정 진술만을 증거로 삼았습니다.
이들의 변호인인 이명춘 변호사는 "한통련 관계자들이 이미 다른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받은 바 있는데, 한통련을 반국가단체로 본 것은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 사건은 1996년 북한에 망명한 영화제작업자 백흥용 씨가 1994년 10월 독일 베를린에서 자신이 안기부 프락치였다고 폭로하면서 간첩단 조작에 가담한 사건으로 꼽아 더 주목을 받았던 사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