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 테러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가 강해지고 있는 증거가 아니라 본거지인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패퇴당하고 있는 여파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IS가 본거지에서 세력을 잃고 있는 것을 만회하고 지지자들에게 자신들의 '성공'을 보여줘야 할 필요성에서 유럽으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역으로 IS 세력 약화를 말하는 증거라고 하더라도, 바로 그 때문에 당분간 유럽에서 IS의 테러가 늘어날 것이라는 걱정스러운 예상은 마찬가지이다.
'상처입은 야수'가 더 위험스럽다는 것.
최소한 단기적으로 유럽에서 테러가 `새로운 일상(new normal)'이 될 것이라는 우려엔 프랑스, 독일, 영국을 제외하곤 벨기에 같은 유럽 소국들의 정보·보안 기구와 체제들에 테러 대처 능력이 없다는 점도 작용한다.
특히 이번 테러 직후 미 국무부가 자국민들에게 유럽 여행 경보를 발령한 것은 유럽 관광산업에 심대한 타격을 입힘으로써 유럽인들 생활 속속들이 테러의 여파가 고통을 안길 전망이다.
IS는 한창 기세를 올리던 지난해 여름에 비하면 지금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숨이 넘어갈" 정도로 수세에 몰렸다고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 폴리시는 23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로 브루킹스연구소의 중동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이기도 한 대니얼 바이먼 역시 IS가 지난해의 최대 '영토'에 비해 이라크에선 40%, 시리아에선 20% 쪼그라들었다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설명했다.
이라크에선 라마디 같은 대도시들이 이라크 정부군에 수복됐고, IS의 이라크 수도격인 모술이 다음 차례가 될 공산이 크다.
IS는 이 과정에서 고위 지휘관들을 포함해 1만명 이상의 병력을 잃었고, 이탈자들과 내부 첩자가 늘고 있으며, 대원 2만2천명의 명단과 함께 주소, 전화번호, 가족연락처 등 상세정보마저 털려 서방언론과 정보기관에 넘겨지는 등 안팎으로 흔들리고 있다.
IS가 바로 이러한 약점을 은폐하고 벌충하기 위해 세계, 특히 유럽으로 전선을 옮기는 것이 유럽에 테러 공격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이들 전문가는 분석했다.
"멀리서 보면 최근 유럽에 대한 테러 공격들은 IS가 전례없이 강해진 것처럼 보이게 하지만, 사실은 그 반대"라고 포린 폴리시는 지적했다.
IS는 이슬람 사회에서 경쟁 단체들에 우위를 점하고 전투원을 충원하기 위해 자신들의 힘과 성공 사례를 보여줘야 하는 절박한 상태라는 것이다.
알카에다와 달리 IS는 자신들이 해석하는 대로 이슬람 율법을 시행하는 "국가"를 참칭함으로써 이슬람 극단주의자들 사이에서 정통성과 인기를 확보했다.
그런 만큼 사람과 자금을 계속 끌어들이기 위해선 성공의 이미지를 지속시키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바이먼 교수도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프랑스 파리와 터키 이스탄불을 거쳐 벨기에 브뤼셀로 이어지는 IS의 테러공격은 소말리아에서 이슬람 국가 건설을 추구했던 알샤바브의 지난 수년간 흥기와 퇴조의 행적을 닮았다.
IS에 비해선 규모가 작지만, 알샤바브도 국제연합군의 공격로 수세에 몰리자 모가디슈에서 자살공격을 포함해 군경의 경비가 삼엄하지 않은 공공시설 등과 같은 '소프트 타깃'에 대한 공격을 가하고 케냐, 우간다, 탄자니아에서도 연계망을 통해 테러 공격을 가했었다.
이에 따라 적어도 "단기적으론 유럽에서 IS 공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에 대처할 유럽 각국의 정보기관과 보안기관의 능력과 상호 정보교환 등 공조체제, 대처 경험 등은 이번에 다시 드러났듯 매우 취약한 상태다.
이런 대테러 기구와 체제의 허점은 보완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미국에 비해 유럽의 취약점은 이슬람 주민들의 사회통합 문제라고 바이먼 교수는 강조했다.
미국에선 테러공격이 모의 단계에서 많이 적발된다.
이슬람 사회 내부에서 경찰과 연방수사국(FBI)에 테러 음모를 신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이슬람 주민들이 소외된 유럽에선 경찰과 보안기관에 대한 신뢰가 극히 낮다고 바이먼 교수는 대비했다.
극우주의자들의 목소리가 커질수록, 유럽 주류사회가 이슬람 주민들에게 냉담해질수록 이런 소외감, 고립감은 깊어질 수밖에 없고그것은 테러범들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미 국무부가 지난 22일 자국민에게 유럽에서 추가 테러 공격이 우려된다며 유럽 전체를 대상으로 여행 경보를 발령한 것은 2010년 10월에 이어 5년여만이다.
이번 경보는 경고보다 낮은 주의령에 해당하지만, 2010년 미국인들의 유럽 여행 예약 취소 등이 잇따랐던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1천180만명의 미국인을 맞았던 유럽의 관광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인들의 인기 관광지인 유럽은 3월부터 6월 사이에 대목을 누리는데 여행경보는 6월20일까지 유효하다.
유럽 관광산업은 2014년 7천800억 달러의 수입으로 유럽 국내총생산(GDP)의 3.4%를 차지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우 2014년 737억 달러로 GDP의 4%를 차지한 가운데 고용 면에서도 관광업계가 100만명으로 총 고용의 4.8%를 담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