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71세로 사망한 전 이스라엘 최고정보기관 모사드 국장 메이어 다간은 현직 국장 시절부터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이란 핵시설 공습 추진에 반대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유명하다.
결국, 2011년 모사드 국장에서 쫓겨난 그가 공습에 반대한 것은 '이스라엘의 적들'에게 유약하거나 온건해서가 아니라, 이란의 핵 개발 저지를 위해선 공습보다 훨씬 더 나은 '사이버 공격'이라는 대안을 활용해야 한다는 판단때문이었다.
다간은 사실 중동 현대사에서 가장 무자비한 전사에 해당한다고 뉴욕타임스는 24일 전했다.
무릎을 꿇은 채 나치에 죽임을 당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할아버지의 사진을 간직한 채 방문객들에게 보여주며 "두 번 다시는 안된다"고 다짐했던 그는 군에 있을 때 팔레스타인 무장대원들을 암살하는 부대를 이끌었다.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란 핵 과학자들이 의문의 차량 폭발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른 것도 다간이 국장으로 있던 모사드의 소행이라는 게 거의 정설이다.
출근길 과학자의 승용차에 따라붙은 오토바이가 차 문에 폭탄을 붙이고 사라지는 수법이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원심분리기 파괴를 위해 오랫동안 공들인 사이버 공격의 가장 정교한 부분은 모사드가 담당했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다간 본인은 컴퓨터 해커와 거리가 멀지만 사이버 공격의 이점을 이해하고 그것이야말로 이스라엘을 지키는 미래의 국방 기술임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암살이나 점령도 필요 없고, 대규모 공습에 따른 상대의 보복 공격도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다간은 네타냐후 총리가 공습 추진에 대한 반대론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을 포함해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군 지도자들을 내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4년 하버드대 강연에선 공습으로 핵시설을 파괴하고 나면 언뜻 문제가 해결됐다는 착각을 일으킬 수 있으나, 이란은 지하 더 깊숙이 핵시설을 재건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이스라엘의 안전에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간의 논리 가운데는 이란이 강·온파간 깊숙이 분열된 나라인데 공습은 이란이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단결케 하는 결과만 빚을 것이라는 주장도 들어있다.
그의 목소리가 커지자 이스라엘 정부는 그의 외교관 여권을 회수하기도 했다.
그는 사이버 공격을 다룬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나서는 모사드와 이스라엘 군 정보기관 8200부대가 주된 역할을 했는데 미국측이 주도한 것처럼 썼다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더 자세한 설명 주문에는 "늙고 병든 내가 말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싶진 않다"는 말로 입을 닫았다.
네타냐후 총리가 지난해 재선된 후 다간이 비판 강도를 높인 것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성공이 미국 작품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는 면도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와 그에 못지않은 대이란 공습론자인 에후드 바락 이스라엘 국방 장관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다간은 대이란 사이버공격의 성과를 일부 공개하는 게 공습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그럼으로써 네타냐후 총리의 공습 강행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이에는 많은 미국 관리들도 동의했다.
다간은 2011년 모사드를 떠나면서 이스라엘 의회 연설에서 "기술적 어려움"이 이란의 핵폭탄 개발을 최소한 2015년까지는 늦출 것이라고 말했었는데, 공교롭게도 2015년 네타냐후 총리의 집요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됐다.
뉴욕타임스는 다간과 다른 이스라엘 안보기관 책임자들의 공습 반대론이 네타냐후 총리의 출격 지시를 막는 데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란의 핵연료 중 98%가 국외로 반출된 상황에서 공습론이 힘을 잃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 이스라엘 지도층 일부에서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이란 핵 협상 타결로 핵 개발 저지를 위해 "공습으로 얻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을 벌었다"고 시인하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