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자 정모(38)씨는 주말인 19일 아침 울산시 남구 공업탑로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특이한 광경을 봤습니다.
청년 6명이 도로변 화단을 넘어 차도로 들어서더니, 1명의 지휘에 따라 나머지 5명이 일사불란하게 옆으로 늘어서면서 아파트 분양광고 현수막을 펼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차들이 움직여도 마치 실제 현수막 게시대가 된 것처럼 꼼짝도 않고 현수막을 들고 자리를 지켰습니다.
정씨는 "차도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현수막에 시선을 빼앗기는 운전자도 위험할 수 있다"면서 "단속을 피하려는 의도겠지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어 씁쓸했다"고 밝혔습니다.
최근 부동산 분양경쟁 과열로 불법 현수막 광고물이 난립하면서 그 게시 수법도 점차 교묘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단속이 취약한 주말이나 휴일을 노려 기습적으로 내거는가 하면, 아예 현수막을 사람이 들고 서 있는 풍경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자치단체의 불법 현수막 단속 실적은 전년보다 부쩍 늘어, 울산시의 경우 2015년 과태료는 6억6천100만 원으로 2014년 1억6천500만 원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단속에 아랑곳없이 쏟아내는 불법 현수막의 물량 공세는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울산시 관계자는 "주말 오전에 대형마트 주변에 설치된 현수막을 일제히 철거했는데, 오후에 똑같은 현수막이 다시 내걸린 풍경을 봤다"면서 "과태료를 좀 물더라도 '광고 효과가 가장 좋다'는 인식 때문에 업체들이 불법을 멈추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과태료 수준을 대폭 높이거나, 주민의 손을 빌려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울산 중구는 특히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하는 시행사 2곳의 대표에게 1억1천만 원씩의 과태료를 부과했는데, 그동안에는 현수막 수에 상관없이 업체당 500만 원 한도 내에서 부과했습니다.
울산 최대 상권이 형성된 남구는 주민이 불법 광고물을 수거해 오면 일정 금액을 보상하는 '불법 광고물 수거보상제'를 운영해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한 기초단체 관계자는 그러나 "솔직히 현재 단속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엄청난 양의 불법 현수막을 근절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