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브뤼셀 연쇄 테러가 발생한 지 하루가 지난 23일 정오(현지시간)가 가까워오자 브뤼셀 몰렌베이크 시청 앞 광장에 주민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광장에 모인 1천여명의 몰렌베이크 주민들은 전날 테러로 희생된 사람들을 위해 1분간 추모 묵념을 했습니다.
참석한 사람들 중에는 아랍계 이주민이 상당수 눈에 띄었습니다.
자신을 몬테네그로 출신이라고 밝힌 디네 카타이는 희생자들과 연대하고 테러에 반대하기 위해 이곳에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몰렌베이크에서 거주하고 이 지역에서 보조 교사로 일하고 있다는 그는 "약 10만명의 몰렌베이크 주민 대다수는 선량하다. 서너 사람의 행위로 그 지역 전체를 싸잡아 비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습니다.
대학생 술레이만 엘바케리는 "몰렌베이크에 대한 언론보도에 화가 난다. 나는 이 지역에서 나고, 자랐다. 여기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곳이다"고 말했습니다.
모로코 출신 부모를 둔 그는 극단주의와 테러 문제는 개인의 선택에 의한 것일 뿐 지역적인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주민 3분의 1 이상이 무슬림인 몰렌베이크는 파리 테러 사건 이후 테러리스트의 은거지로 주목받아 왔습니다.
파리 테러를 모의하고 실행한 용의자 상당수가 몰렌베이크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 벨기에 경찰은 이 지역에 대한 수색과 경계를 강화했습니다.
파리 테러 주범 중 유일한 생존자인 살라 압데슬람이 자신이 거주했던 이 지역에서 지난 18일 체포된 지 나흘만에 브뤼셀 공항과 지하철에서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몰렌베이크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벨기에 당국은 브뤼셀 테러 모의가 이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브뤼셀 서부의 넒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몰렌베이크 구역은 2000년에는 인구가 2만4천명에 불과했으나 아랍계 이민자가 급격하게 유입되면서 현재는 10만명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아 실업률이 30%를 넘습니다.
추모 집회에 참석한 프랑수아즈 쉐망 몰렌베이크 시장은 몰렌베이크의 현 상황에 대해 실업 문제 등 경제적 이유 뿐 아니라 이민 정책과 교육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극단주의와 테러리즘을 키웠다고 진단했습니다.
테러 이후 폐쇄된 몰렌베이크 지하철역 입구에는 희생자들을 위한 촛불이 놓였고, 프랑스 잡지사 테러를 계기로 등장한, 테러 희생자와 연대를 의미하는 구호 '나도 샤를리다'를 본떠 '나도 브뤼셀이다'(Je Suis Bruxells)라고 쓰인 쪽지들이 붙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