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40년 지기 공무원을 사기 도박판에 끌어들여 6억원을 편취한 5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공무원을 끌어드리고자 여자들이 동원됐고, 도박판에서는 판단을 흐리게 하려고 마약 성분이 든 음료와 조작된 화투까지 사용됐다.
18일 법원에 따르면 공무원 A(54)씨는 2009년 5월 같은 동네 후배인 허모(52)씨가 "여자들과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제안해 경기도 고양지역 한 식당에 갔다.
이 식당 한쪽에는 이미 속칭 '섯다' 도박판 벌어졌고 A씨와 허씨도 참여했다.
A씨가 돈을 모두 땄고, 허씨는 판을 이어가자며 동네 선배인 장모(54)씨를 불렀다.
마침 장씨는 A씨와 초등학교 동창으로 한동네에 살며 의형제까지 맺은 사이여서 반갑게 맞았다.
그러나 장씨가 참가한 뒤부터 판세가 달라졌다.
어찌된 일인지 A씨는 한판도 딸 수 없었고 후배인 허씨가 건넨 음료수를 마신 뒤로는 정신마저 흐려졌다.
결국 A씨는 돈까지 빌리며 이 자리에서만 7천만원을 잃었다.
알고 보니 A씨를 제외한 도박 참가자들은 모두 한통속이었다.
장씨가 모든 것을 '설계'해 40년 지기이자 의형제인 A씨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다.
그는 동네 후배 허씨를 시켜 A씨를 한적한 식당으로 유인했고 속칭 '꽃뱀'으로 불리는 여자들을 동원해 경계를 풀게 했다.
마약 성분을 탄 음료와 술을 먹여 A씨의 판단을 흐리게 했으며 전문 사기 도박꾼인 속칭 '선수'를 참여시키고, 미리 조작된 화투인 속칭 '탄'과 조작기술인 '밑장빼기' 등을 사용했다.
영화 '타짜'에 나오는 사기 도박단 수법과 판박이였다.
이들은 같은 해 7월과 8월 그리고 2011년 9월에도 A씨를 양주, 인천으로 데리고 다니는 등 같은 수법으로 4번 만에 총 6억2천여만원을 가로챘다.
A씨는 뒤늦게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고 장씨에게 참지 못한 배신감을 느꼈지만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나중에 마음을 바꾼 허씨로부터 일부러 속였다는 얘기를 들은 A씨는 2013년 10월 이들을 경찰에 고소했고 이들은 사기 혐의로 기소됐다.
1심 법원은 지난해 말 주범인 장씨에게 징역 6년을, 공범인 허씨에게 징역 8월을 각각 선고했다.
그러나 장씨는 "A씨와 도박사실이 없고 오히려 자신을 처벌받게 하려했다"며 A씨를 검찰에 고소해 무고죄가 추가됐다.
허씨는 항소하지 않아 형이 확정됐으나 장씨는 항소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인 의정부지법 형사1부(성지호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장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장 피고인은 친구를 범행의 희생자로 끌어들였을 뿐만 아니라 범행을 주도하고 피해금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며 "그럼에도 범행을 부인하고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사진=게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