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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 종착지는 어디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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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을 출입하며 느낀 두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문이 많다.’란 겁니다. 사설 정보지 이른바 ‘찌라시’를 통해 많은 소문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두 번째 특징은 이런 소문이 ‘현실’이 된다는 겁니다.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한화그룹에 매각(2014년 11월)’,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2015년 9월)', '삼성SDI 화학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화학계열사 롯데케미칼에 매각(2015년 10월)',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2016년 2월)'

모두 떠돌던 소문이 '현실'이 된 사례입니다.

굵직한 ‘소문’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에스원 매각’, ‘삼성카드 비롯한 일부 금융계열사 매각’, ‘삼성물산 건설 부문 매각’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 합병’

등이 그것들입니다. 물론, 삼성그룹은 '루머'일 뿐이라고 일축합니다. 하지만, 이전 사례에 비춰볼 때, 이와 같은 소문이 ‘현실’이 될 수 있을 거란 전망이 우세한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화학계열사 매각 당시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찌라시 돌던 소문이 어느 순간 현실이 돼 있더라. 구조조정이나 계열사 매각 정보는 그룹에서도 극소수를 제외하면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솔직히 지금도 어떤 논의가 얼마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 방법이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 "'비주력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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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10일이면,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지 2년이 됩니다. 총수가 언제 회복될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예상보다 일찍 그룹의 경영권을 넘겨받게 됐습니다. 2년 가까이 ‘굵직한 소문’은 계속 이어졌고, 앞서 언급한 대로 소문들은 결국 '현실'이 됐습니다. 따라서, 이 ‘소문들’을 분석해 보면,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먼저, 매각했거나 앞으로 매각이 예상되는 사업들을 보면, 그룹에서 대부분 ‘비주력 사업’으로 평가되던 것들입니다. 한마디로 돈 못 버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한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화학계열사’입니다. 삼성그룹의 화학계열사들은 1980~90년대 그룹 내 핵심전력으로, 회사 성장에 지대한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10년 전부터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며 성장세는 꺾였습니다. 제품 대부분을 수출에 의존해왔는데, 중국의 화학산업이 발전하며 수출 경쟁력이 떨어진 겁니다.

2014년 말부터는 삼성이 화학계열사를 매각할 거란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결국 소문대로 삼성은 화학계열사를 한화와 롯데에 팔아넘겼습니다. 굳이 없어도 된다는 삼성과 오랫동안 화학사업에 공을 들여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한화-롯데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로, 삼성의 방위산업도 한화에 매각처리됐습니다.

●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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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그룹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자동차 전장사업, 바이오산업 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한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 성장이 한계를 보이며 삼성도 스스로 고민했을 거다. 애플, 구글 같은 IT-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나아갈 것인가 아니면 제조기업으로 머물 것인가. 애플, 구글이 집중하고 있는 전장사업과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바이오사업’, 가상현실(VR)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걸로 볼 때 '선택과 집중' 전략을 결심한 거 같다. 소문으로 돌면 계열사 정리작업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한 임원도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제대로 하겠다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이 부회장은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첨단 IT-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많은 계열사 매각작업에 더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입니다.

● 계열사 간 인수·합병은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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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 매각이 새로운 '성장 동력'에 집중하는 데 맞춰졌다면, 계열사 간 인수·합병은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을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 통폐합을 추진하는 겁니다. 이런 경영권 승계 작업은 애초 이건희 회장 때부터 예정돼 있었던 수순이지만, 지난해 하반기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그룹에 대한 경영권 공격을 시작하며 더 빨리 진행됐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SDS의 합병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이 부회장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지배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또, 삼성생명을 일부 분할한 뒤 삼성물산과 다시 합병하는 방안, 삼성전자의 인적 분할 후 삼성물산과 합병하는 안 등 여러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그동안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았던 순환출자와 금산분리 문제도 경영권 승계 차원에서 마무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 "잡스처럼 티셔츠, 청바지 입고 대중을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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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그룹 재편작업이 성공할지는 시간이 지나면 시장에서 밝혀질 겁니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될 거라는 전망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이 부회장이 보여줄 리더십과 경영능력이 삼성그룹 앞날에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됐다는 뜻입니다. 과연, 이 부회장의 강화된 지배력이 삼성을 첨단 IT-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이끌 수 있을까요?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립니다. 기본적으로 주력 사업을 선택해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전문가들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 주변 인력과 경영방식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도 나왔습니다. '삼성의 몰락' ‘이건희 전’의 저자 칼럼니스트 심정택 씨는 “이건희 회장 때는 소병해, 윤종용, 지승림과 같이 통찰력을 가진 전문경영인, 전략가들이 두루 포진했었지만 이재용 부회장 곁엔 그런 인재들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애플의 스티브 잡스나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처럼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대중 앞에 서서 자신의 회사가 만든 신제품을 설명할 수 있을까?”라며, 대중과 소통하지 않은 ‘은둔식 경영’이 소비자들은 물론 삼성그룹 조직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가느다란 대나무가 모진 비바람에도 꺾이지 않고 올곧게 자라는 건 옆으로 튀어나와 있는 ‘마디’가 나무를 지탱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마디’를 만들기 위해 대나무는 잠시 성장을 멈춥니다. 더 올곧게 뻗어나가기 위해 성장을 멈추는 겁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난 2년을 돌아보면, “자식 빼곤 다 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격한 변화의 연속이었습니다. 단단한 ‘마디’로, 올곧게 올라갈 삼성을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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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현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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