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터키가 난민 송환에 합의하고 발칸 국가들이 속속 국경통제를 단행함으로써 난민의 서유럽 유입 경로인 발칸 루트가 사실상 봉쇄됐다.
지난 7일 브뤼셀에서 열린 EU-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로부터 그리스에 들어온 난민을 대규모로 송환하는 방안이 합의됐다.
이후 마케도니아가 그리스 국경을 전면 폐쇄했다.
또한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 발칸루트 통로국들도 잇따라 난민과 이주민들의 이동을 금지했다.
마케도니아는 지난해 11월에 입국 대상을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 전쟁이 벌어진 3개국 난민으로 제한했으며, 지난달에는 아프가니스탄 난민도 제외했다.
그리고 9일부터는 모든 난민의 입국을 금지했다.
이에 따라 마케도니아와 접경한 그리스 북부 이도메니 지역에 머무는 난민은 1만3천여명으로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리스에 발이 묶인 난민들이 알바니아를 거쳐, 아드리아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향하는 새로운 경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U의 한 관리는 EU-터키 합의가 본격적으로 이행될 경우 난민들이 대체 경로로 몰려들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EU 이민담당 집행위원은 "발칸 루트가 막히면 다른 경로가 뚫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U 국경경비기관인 프론텍스는 지난해 그리스-알바니아 국경에서 불법 입국자는 9천명에 달했으나 이들 대부분은 알바니아인이라고 밝혔다.
10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내무장관 회의에서는 EU-터키 합의안과 함께 알바니아 국경으로 난민이 몰릴 경우에 대비하는 방안이 논의됐다고 EU 소식통이 전했다.
알바니아 정부는 그리스 국경 지역에 난민 접수 센터를 설립할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탈리아도 알바니아 정부와 대책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다.
안젤리노 알파노 이탈리아 내무장관은 EU 내무장관 회의 시작에 앞서 기자들에게 "발칸 루트가 막히면 당연히 다른 루트가 열릴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수일 내에 알바니아를 방문해 불법 난민을 차단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불가리아도 난민 경유지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터키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불가리아는 난민의 유럽 유입 통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불가리아는 EU 가입국이지만 EU역내 자유통행을 보장하는 솅겐조약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EU 내무장관 회의에서 EU와 터키 간 난민 송환 합의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EU 회원국 각료들은 터키의 언론 탄압 등 비민주적 조치에 대해 EU가 제대로 반대 목소리를 내지않으면서 인권 침해 우려가 있는 난민 송환 합의를 위해 터키의 과도한 요구를 수용한 데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얀 얌본 벨기에 내무장관은 "터키는 유럽의 원칙과 가치에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는 EU-터키 간 난민 송환 합의가 타당한지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터키 당국이 반정부 성향 논조로 유명한 최대 일간지 '자만'에 대해 법정관리 결정을 내린 것은 언론 자유에 대한 노골적인 탄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번 정상회의를 전후해 EU가 난민 대책 협력을 위해 터키 정부의 언론탄압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