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교통수단은 우리 일상의 모든 영역을 연결해주고, 각자 삶에 최적화된 ‘맞춤식 이동수단’이 될 것이다."
BMW 창립 100주년을 맞아 하랄드 크루거 회장이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한 내용입니다. 지나온 100년을 ‘비판의 눈’으로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100년을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며 꺼낸 화두는 바로 “연결성(Connectivity)”이었습니다.
“미래 이동수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요소가 ‘연결성’이다.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바꾸고, 더 나아가 운전자가 원하는 바를 자동차가 먼저 예상하고,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라고 크루거 회장은 미래의 자동차를 예측했습니다.
● 미래 이동성의 핵심은 '운전자와 차의 상호소통'
BMW는 창사 100주년을 기념해, 미래 자동차에 적용할 기술과 철학을 담은 콘셉트카 ‘BMW 비전 비히클 넥스트100 (BMW Vision Vehicle Next 100)’도 선보였습니다. 금색으로 치장된 ‘비전 넥스트 100’은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과 날렵한 헤드라이트 등 파격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갖췄습니다. 문은 기존 BMW i8에 적용했던 것처럼 위아래로 여닫을 수 있게 설계됐습니다.
하지만, 이런 외형보다 더 눈여겨봐야 할 건 차량에 탑재된 최첨단 기능들이 철저하게 운전자와 자동차가 상호작용하게 설계됐다는 점입니다. 차량은 운전자가 직접 운전할 수 있는 ‘부스트(Boost) 모드’와 자동차가 주변 상황을 파악해 자율주행하는 ‘이즈(Ease)’ 모드를 동시에 갖췄습니다.
부스트 모드에선 운전자가 주행의 즐거움을 최대한 느낄 수 있게 주행방향과 속도를 지시하고 차량 성능을 극대화하지만, 이즈 모드에선 운전자가 편히 쉬거나 회의 등 다른 업무를 볼 수 있게 차량 내부 시설이 자동으로 조종됩니다.
특히, 세계 최초로 선보인 인공지능시스템 ‘얼라이브 지오메트리(Alive Geometry)’ 기술을 주목해볼만 합니다. 합니다. 이 기술은 차가 운전자의 생각을 예측해 미리 정보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운전석 앞 유리 전체를 디스플레이 판으로 활용해 운전자의 습관과 생각을 미리 파악해 대비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합니다.
가령, 운전자가 차선을 넘거나 과속하면 앞 화면에 경고등을 띄우거나, 사각지대에 들어간 사람이나 물건을 운전자가 인식할 수 있게 표시하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 BMW 콘셉트카 ‘BMW 비전 비히클 넥스트100 (BMW Vision Vehicle Next 100) 동영상
● 사람과 기계가 아닌 '사람과 사회의 연결성'
그렇다고 BMW가 100주년을 맞아 제시한 ‘연결성’이란 개념은 비단 사람과 차와의 관계에만 국한하는 건 아니었습니다. 기자회견과 100주년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BMW 최고위층 임원들은 차보단 오히려 '사람과 사회에 대한 연결성'을 강조하는 데 많은 시간을 배정했습니다.
1차 대전 중 항공기 엔진 제조사로서 출발한 BMW는 1차 대전 종전 후 패전국 독일의 군용기 제작이 금지되자, 사명을 '바이에른 자동차 제작소'(Bayerische Motoren Werke)로 바꾸고 자동차 제작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후 나치가 권력을 잡고 나서는 다시 항공기 엔진을 만들면서 군수산업에 발을 내디뎠고, 이 과정에서 1939년 강제수용소에 있던 노동자들을 강제로 동원했습니다. 이는 BMW 역사에 가장 큰 오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BMW는 이런 지난 과오를 그대로 인정했습니다. 대주주인 크반트 가문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대한 협력 행위를 공개하고, 강제 노동자들을 기리기 위한 기념관을 세웠습니다. 또, 매년 나치 피해자들을 위한 기금 조성에도 나서고 있습니다.
100주년을 맞은 자리에서도 BMW는 이런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지를 다시 확고히 밝혔습니다. 향후 기존 BMW 헤르베르트 콴트 재단과 에버하르트 본 쿠엔하임 재단을 합병하고, 재단의 전체 기금 역시 5천만 유로가 증가한 1억 유로로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BMW는 오는 9월 독일 뮌헨에서 ‘BMW 미래 100년’을 주제로 기념행사를 열고, 이런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시 논의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선보인 콘셉트카를 영국 런던, 미국 LA, 중국 베이징에 순차적으로 전시하며 각국에서 이런 철학을 다시 알릴 계획입니다.
● '연결성'과 '교감', '상호작용'의 중요성
기업의 평균 수명은 생각보다 짧습니다. 경영 컨설팅 전문가 케빈 케네디와 메리 무어는 저서 ‘100년 기업의 조건’에서 “전 세계기업의 평균 수명은 약 13년 정도이며 설립 후 30년이 지나면 기업의 80%가 사라진다”라고 밝혔습니다. 세계 100대 기업 생존율은 고작 38%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만큼 기업이 오래 생존하긴 쉽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현장에서 이번 행사를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들을 다시 곱씹어 보게 됩니다. 그건 '연결성’과 ‘교감’, ‘상호작용’이 이런 단어였습니다. 반 후이동크 BMW 디자인총괄 부사장은 “미래의 차는 운전자와 차가 감정적으로 교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우리 회사는 고객, 더 나아가서는 사회, 역사와 교감해야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100년이란 긴 세월을 거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힘도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고, 더 많이 소통하는 그런 기업이 많아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