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최대 규모의 모술 댐이 당장 내일이라도 붕괴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급박하게 켜지고 있습니다.
이라크 주재 미국 대사관은 지난 달 28일 모술댐이 붕괴되면 높이 20m의 물기둥을 이루며 티그리스 강 유역의 대도시들을 휩쓸고 내려가 수백km 떨어진 수도 바그다드까지 덮칠 내륙 해일에 최대 150만 명까지 사망할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미 지난 2006년부터 댐 붕괴 위험을 경고해온 미국 측은 지난 1월 하순 이라크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모술 댐 상태가 1년 전 조사 착수 시점에 생각했던 것보다 더 나빠 붕괴 위험이 한층 커졌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이라크 정부는 지난달 초까지도 댐 붕괴 가능성은 "1천분의 1"이라며 미국 측의 경고에 물타기를 하는 등 대응이 굼떴습니다.
미국 대사관이 이례적으로 28일 공개적으로 이라크 주민들에게 댐 붕괴 위험성을 가장 강하게 경고하는 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으로 보입니다.
대사관은 대피 요령 등을 담은 요약 설명서를 내놓았을 뿐 아니라 티그리스 강 유역에 머무는 미국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이라크 총리실은 댐 붕괴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티그리스 강 유역 주민들에게 둑으로부터 최소 6km 떨어진 고지대로 이주할 것을 권유했습니다.
이라크 정부는 또 2일엔 미뤄오던 약 3억 달러 규모의 댐 보수 공사 계약을 이탈리아 업체와 체결했습니다.
보수 공사는 "수일내" 시작될 것이지만, 본격적인 공사를 위한 준비에 4~6개월이 걸릴 것이라고 이라크 정부는 밝혔습니다.
모술 댐은 지질학적으로 애초 건설하지 말았어야 할 것이었음에도 독재자 후세인이 자신의 영광을 떨치기 위해 강행한 것이었기에 붕괴 우려가 현실화되면 또 하나의 '후세인의 재앙'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모술 댐 건설안은 1950년대부터 제기됐으나 티그리스 강 지질이 석고같이 물에 잘 녹는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계속 미뤄지다가 후세인 정권에 와서 정권 전시용 사업으로 건설이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타하 야신 라마단 당시 부통령이 후세인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고향인 모술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이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것입니다.
모술 댐은 1986년 완공 전부터 물에 녹는 암석 성분 때문에 댐 기반부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댐의 기술단장을 지낸 나스랏 아다모 박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모술 댐은 기술자 300명이 하루 3교대로 암반 틈을 찾아 즉각 메우는 24시간 보수체제로만 지탱할 수 있는데, 2014년 수주 간 IS에 댐이 점령당하면서 이 체제가 무너졌다고 말했습니다.
IS로부터 댐을 탈환하기는 했지만, 기계는 약탈당하고 시멘트풀 공급은 끊기고 기술자들도 10분의 1 정도만 돌아온 상황에서 보수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댐 기반이 얼마나 약화했는지는 정확히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설상가상으로, 3~5월이면 터키로부터 유입되는 눈 녹은 물로 댐 수위가 현재보다 22m 오른 330m에 달해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진 댐에 엄청난 압력이 가해집니다.
수압을 낮추기 위해 댐 하단의 배수문 2개를 열어야 하지만 2013년 한 개가 닫힌 채 고장나 수압을 낮출 수도 없습니다.
아다모 박사는 "수문 2개는 동시에 여닫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댐을 빠져나가는 물의 압력이 불균형하게 가해져 댐 하단의 침식 속도가 더 빨라진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라크는 모술 댐의 재앙에 대비해 20km 하류에 부시 댐을 건설하려 했으나 1990년대 미국의 대이라크 제재로 인해 공정 40%에서 중단됐습니다.
미국 대사관, 알-안사리 등은 모술 댐이 무너질 경우 주민들이 미처 대피할 틈도 없이 물기둥이 1-4시간 내에 모술을 덮쳐 일부 지역은 깊이 13.5m 이상의 홍수에 잠기고, 3~5일이면 바그다드도 침수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이 와중에 목숨을 잃는 사람만도 미 대사관은 50만-147만 명, 나스랏 아다모는 10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더우기 모술 댐에서 바그다드 사이의 상당 지역이 아직 IS의 수중에 있거나 IS의 위협을 받는 곳이어서 이라크 당국이 질서있는 대피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고 있습니다.
이라크 정부의 6km 대피 권유에 대해 알-안사리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먹고 잘 데도 없는 곳으로 가라 한다고 가겠느냐"며 불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아다모 박사가 "애초에 짓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한 모술 댐은 높이 113m, 길이 3.4㎞로 저수용량(111억㎥)을 기준으로 이라크에서 최대이고, 중동에선 네 번째로 큽니다.
1980년 착공돼 1986년 완공됐습니다.
아다모 박사는 모술 댐의 붕괴가 "내일 혹은 내달 아니면 1년 후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사진=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