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처음 발의된 이후 11년째 잠들어 있던 북한인권법이 2일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다.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북한인권법의 내용은 국제사회의 북한인권법 제정 움직임의 단초가 된 미국 북한인권법과 비슷한 점이 많지만 차이도 적지 않다는 평가다.
2004년 10월 발효된 미국 북한인권법은 중국 등지의 탈북자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민간단체 후원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탈북자의 망명 및 정착지원에 2천만 달러, 북한 민주화 지원에 400만 달러 등 모두 2천400만 달러(한화 295억원)를 지원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또, 대북 라디오 방송 시간을 하루 12시간으로 늘리고, 미 국무부 내에 북한인권담당 특사를 임명했으며, 한국 국적을 얻은 탈북자도 미국으로의 난민 또는 망명 신청 자격을 제한받지 않게 했다.
한국의 북한인권법 역시 북한 인권증진을 위해 정부가 관련 민간단체를 후원할 길을 열어 놓았다.
우리 북한인권법은 '북한인권재단'을 설치하도록 규정했고, 정부는 이 재단에 연간 200억원을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출연금 상당 부분은 북한인권 관련 단체의 활동과 역량을 강화하는데 쓰일 예정이다.
북한인권 관련 단체에 정부 예산을 직접 지원하는 미국과 달리 재단을 거쳐 간접 지원하는 형식을 택한 것은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한 결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는 북한이 인권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와 대화하는 과정에서의 중재자 역할도 맡고 있기에, 정부보다 비정부기구(NGO)를 중심으로 관련 활동이 이뤄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소리(VOA)와 자유아시아방송(ARF) 등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 미국 북한인권법과 달리 대북방송 관련 언급이 없는 것도 차이다.
국회에 제출된 일부 발의안은 '정부가 북한주민에게 정보가 자유롭게 전달·유통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지만, 최종안에 반영되지는 않았다.
또, 북한인권특사를 신설해 북한당국과 대화에 나서게 한 미국과 마찬가지로 한국 북한인권법은 정부가 '남북인권대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규정했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외교부에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두어 북한인권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제고하게 했다.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범죄를 체계적으로 수집·기록하는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설치하도록 한 것 역시 한국 북한인권법만의 특징이다.
북한인권기록센터에 수집된 자료는 통일 이후 가해자 처벌에 활용될 수 있기에 주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북한 지도층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북한인권법은 이밖에 통일부에 북한인권증진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정부가 북한인권증진기본계획과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이산가족 상봉 등의 추진 상황을 국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통일부는 대변인 논평을 통해 "북한인권법이 11년만에 여야간 합의를 통해 제정되게 된 것을 환영한다"면서 "북한인권법이 뒤늦게나마 제정된 것은 열악한 북한주민의 인권 상황 개선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적극적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