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수급자 행세를 하면서 가짜 선주를 내세워 밍크고래를 불법으로 포획한 실제 선주가 경찰에게 붙잡혔다.
지난해 5월 29일 울산 방어진항.
항구 주변에 잠복한 울산해양경비안전서 직원들은 입항하는 어선 1척을 기다리고 있었다.
9.7t급 S호가 밍크고래 불법 포획을 일삼는다는 첩보를 입수한 터였다.
S호가 항내로 진입하자마자 선내를 수색했다.
작살로 찍힌 상처가 있는 작은 상어 1마리와 작살 등 어구들이 나왔다.
어구들은 고래 포획에 사용하기에 충분한 규모와 숫자였다.
선장 김모(53)씨와 선원 4명은 고래 포획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고, 어선의 주인은 선장 김씨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하나같이 똑같은 진술을 되풀이했는데, 사전에 입을 맞춘 것처럼 미심쩍은 구석이 많았다.
울산해경은 배후에 이들을 조종하는 주범이 있다고 판단, 수사를 이어갔다.
결정적 단서는 선원들의 옷에서 나왔다.
울산해경은 적발 당시 선원들이 입고 있던 옷을 모두 수거해 분석했는데, 약 3개월 후 여기서 다량의 고래 DNA가 검출된 것이다.
울산해경은 김씨 등 5명을 다시 불렀다.
고래 DNA를 근거로 추궁하자 완강했던 태도가 차츰 누그러졌고, 그 과정에서 주범 박모(52)씨의 실체가 드러났다.
2009년부터 S호를 소유하고 밍크고래 포획을 지시한 박씨는, 뜻밖에도 국민기초생활수급자였다.
경찰 수사를 피하려고 재산을 모두 다른 사람 명의로 빼돌린 것이었다.
S호도 장모 이름으로 사들였고, 처형과 동생 등의 명의로 선주를 자주 바꿨다.
박씨는 김씨와 선원들에게 고래 포획과 관련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부여하면서도 경찰에 적발되면 자신의 신원을 노출하지 말라고 사주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울산해경은 2일 수년 동안 밍크고래 10여 마리를 포획한 혐의(수산업법 위반)로 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며,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위반 혐의 적용도 검토하고 있다.
나머지 김씨 등 5명도 수산업법 위반과 범인은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울산해경 관계자는 "용의자가 기초생활수급자면 수사에서 일단 배제하기 쉬운데 박씨는 영리하게 그 점을 노렸다"면서 "실제로 박씨는 상당한 재력이 있고, 2010년을 전후해 어선 3척을 추가로 운영했던 정황이 있어 고래고기 유통업자 등을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