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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저가항공의 성공 비결을 다시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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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에 다녀왔습니다. 중국 관광객에 봄 방학을 맞아 온 가족 단위 관광객까지 겹쳐 평일인데도 공항은 북새통이었습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내릴 곳을 찾지 못해 공항 상공을 빙빙 돌다가 예정된 시간보다 40분이 지나서야 겨우 활주로에 착륙했습니다.

도착은 했지만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다른 비행기 승객과 섞여 짐을 찾느라 또 한참. 공항을 빠져 나오는 데는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더 걸렸습니다. ‘제주 제 2공항을 빨리 만들어야겠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얼마 전 폭설 때 이 많은 사람들이 제주 공항에 갇혀 밤을 샜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잠시 아찔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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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우리나라에도 저가항공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듣고 ‘우리나라에서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을 뒤엎고 눈부신 성공을 거뒀습니다. 당시 사석에서 만났던 한 저가항공 고위 관계자는 자신의 저가항공 경영 성공 사례를 책으로 출판까지 했습니다. 유럽과 미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나라에 저가항공을 성공적으로 정착시켰다면서 말입니다.

비결이 무엇일까? 우리나라 저가항공의 성공 비결을 알려면 먼저 유럽의 저가항공과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이 어떻게 다른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파리 특파원 시절 인터넷 광고를 보면서 깜짝 놀랐던 것이 바로 저가항공 가격입니다. 파격세일이라면서 국제선 가격이 3유로(당시 4500원)밖에 안 되는 표까지 나와 있었습니다. 여기에 유류세 등의 세금이 붙으면 50-100유로(7만5천 원-15만 원)정도 되지만 어쨌든 보통 비행기 요금보다는 싼 게 틀림없습니다.

그럼 유럽의 저가항공은 어떻게 운영될까? 비용절감이 첫 번째 원칙입니다. 비행기 안에서 공짜로 주는 음료수, 잡지, 신문 등은 일체 없습니다. 보딩 패스도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결제하고 좌석을 배정받아 인쇄해가면 그것으로 바로 비행기를 탈 수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한번 결제하면 환불은 불가능합니다. 정해진 기간 안에 날짜를 바꿀 수만 있습니다. 때문에 싼 비행기표를 덥석 샀다가 일정과 안 맞으면 아예 표를 포기하는 게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공항 터미널입니다. 저가항공은 우리나라처럼 김포공항, 인천공항을 이용하지 않고 따로 마련된 저가항공용 공항을 이용합니다. 물론 도심에서 한참 떨어져 있습니다. 시설도 국제공항 수준이 아니라 고속버스 터미널 같은 수준입니다. 비행기표가 싼 만큼 도심까지 가는 접근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하고 시간도 손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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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보배(Beauvais)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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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경우 일반 항공들은 샤를드골(Charle de Gaulle) 공항을 이용하지만 저가항공은 보배(Beauvais) 공항을 이용합니다. 파리 도심으로부터 거리가 샤를드골 공항보다 두 배쯤 더 멉니다.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파리도 공항 자체가 도시 외곽에 있는데 여기서도 빠르면 삼십 분, 더 걸리면 한 시간까지 걸리는 곳에 공항 터미널이 있는 셈입니다. 때문에 프랑스 사람들 가운데 저가 항공을 이용하는 사람은 시간 제약이 없는 은퇴한 노인들이거나 방학을 이용해 여행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저가 항공은 시간도 정확히 지켜진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정비 등의 이유로 늦춰지는 일이 다반사인데 항의하는 사람도 없고 그저 기다립니다. 정비를 재촉해 무리하게 출발하면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이용객들은 말합니다.

수하물 기준 무게도 일반 항공의 절반 정도 밖에 안 되고 초과되면 당연히 추가 요금을 내야 합니다. 짐이 많을 경우, 추가 요금을 내고 훨씬 멀리 떨어진 공항을 이용하는 불편까지 감수할 수 있는 사람들만이 저가항공을 이용합니다.

어렵게 일정을 맞춰 경험 삼아 파리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해 본 적이 있지만, '빨리빨리’와 ‘친절한 서비스’에 익숙한 한국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휴가철에도 쫓기듯이 짧게 다녀야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전혀 맞지 않는 서비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저가항공 성공은 참 놀라운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정말 한국인의 성격에 맞는 서비스를 잘 찾았구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제주 공항에 승객들의 발이 무더기로 묶이고 선착순으로 비행기를 타게 하면서 공항 노숙 상황까지 벌어졌습니다.

사실 현재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은 가격 차이 등을 고려하면 저가항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저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맞춘 또 하나의 항공사가 생겼다는 표현이 오히려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당국이 제주 제2 공항 착공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 참에 우리나라의 저가 항공에 대한 점검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싼 가격에 조금 덜한 서비스. 그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이없는 서비스와 이로 인한 혼란, 이건 아니다 싶습니다. 더더구나 안전을 담보로, 조금 싼 비행기를 타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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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지영 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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