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살 아들을 둔 워킹맘인 저는 운 좋게도, 그리고 감사하게도 친정어머니가 아이를 봐 주십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다’고 할 만큼 주변 동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습니다. 새벽부터 나가서 밤늦게 귀가하는 보도국 여기자들에겐 어린이집 종일반으로도 육아의 빈틈이 메워지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양가 어른들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선후배 동료들은 이른바 ‘이모님’과 함께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단 여기자뿐만 아니라, 야근이 잦고 출퇴근이 불규칙한 이 시대의 많은 워킹맘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모님과의 동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이모님’이란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중국 동포 육아 돌보미를 말합니다.
한국인 육아 돌보미를 고용하자니, (한국인) 이모님 월급이 최소 210만 원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너무 부담스럽고,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합니다. 중국동포 육아 돌보미의 경우, 한국 돌보미보다 평균 50만원가량 월급이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육아정책연구소 조사결과 중국동포 육아 돌보미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로 ‘한국 육아돌보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49%)이 꼽혔고, 입주 가능(22.8%), 한국인 돌보미를 구하기 어려움(13.5%)이 뒤를 이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입주’란 출퇴근제가 아닌 육아 돌보미가 집에서 가족과 함께 숙식 하는 것을 말합니다. 고용 형태를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 동포 육아 돌보미의 경우 출퇴근제(47.1%), 입주(39%), 시간제(13.9%) 순이었습니다.
‘입주’ 형태의 육아 돌보미의 경우 보통 주말에 퇴근하는데, 주변의 사례를 보면 출퇴근 시간이 조금씩 다릅니다. 금요일 밤에 퇴근하는 집, 토요일 아침에 퇴근하는 집, 토요일 오후에 퇴근하는 집이 있고, 일요일 오후에 다시 출근하는 집, 일요일 밤, 혹은 월요일 아침에 (돌보미가) 출근하는 집도 있습니다. 시간으로 따져보면, 주 5일제가 되는 경우도 있고 주 6일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뜻인데, 어떤 경우냐에 따라서 월급도 차이가 납니다.
근무 조건은 한국 부모가 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모님이 정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체적인 ‘이모님’ 숫자는 수만 명으로 추정될 뿐입니다. 이에 관한 연구나 관련 통계가 없기 때문에 정확한 수치는 파악할 수 없습니다. 참고로 지난해 국내 거주 외국인은 총 174만 명으로 (주민등록 인구 대비 3.4%), 이 가운데 중국 동포 여성이 약 20%(34만 명 규모)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모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실제 제가 직접 ‘이모님’을 구하는 것처럼 취재를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된 중국동포 구직자들은 각자가 원하는 근무조건을 먼저 명확히 요구했습니다. 이모님들이 제시하는 희망 급여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저 같은 경우 (‘취재’ 과정에서) 5살짜리 아들이 있고, 출근이 빠르고 퇴근이 늦고, 금요일도 회식 등으로 늦게 오는 경우가 많아 토요일 오전에 퇴근했다가 일요일 밤에 다시 집으로 돌아와 줬으면 좋겠다는 요구 사항들을 밝혔습니다. 그러자 주 5일제를 원하는 이모님들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고, 제가 제시한 조건들이 ‘가능하다’는 의사를 밝힌 경우엔 한 달에 180만 원을 월급으로 희망했습니다.
직업소개소를 통해 문의한 결과, 중국동포 입주 돌보미의 경우 한 달 급여가 최소 150만 원부터 시작되며, 경력이나 근무 조건 등에 따라서 추가로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제시하는 월급 액수가 각기 다르다 보니, 얼마 정도가 적당한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저 같은 고민을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모님이 170만 원을 달라고 하는데 적당한 걸까요?”, “입주돌보미 월급 다들 얼마나 주시나요?”, “둘째를 낳았는데, 얼마를 더 올려드리면 될까요?” 등등 월급 관련 질문들을 육아 관련 카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궁금증이 많은 이유는 간단합니다. 육아 돌보미의 고용이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식적이 아닌 ‘비공식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적정한 급여, 근무 조건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직업소개소를 거치거나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 돌보미를 고용하고, 월급도 ‘시장 가격’을 기준에 두고 상대방과 조율하는 겁니다. 중국 동포 고용 시 ‘표준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 없다’는 응답이 63.6%나 차지한 것도 이런 상황을 뒷받침하는 근거입니다.
취재하면서 더욱 놀라웠던 사실은 현재 다른 가정에서 입주 돌보미로 일하고 있는 분들도, 새로운 구직을 희망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분들의 경우, 근무나 급여 조건이 더 낫다면 옮길 의사를 피력했습니다.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 2014년 중국동포 육아 돌보미를 고용한 경험이 있는 259명의 영유아 어머니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금까지 고용한 돌보미 인력은 평균 2.6며, 이 가운데 중국동포가 1.6명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육아 돌보미 1인당 평균 고용 기간은 약 15개월로, 12개월 미만의 단기간 이용률이 52.3%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습니다. 안정적인 돌보미 고용이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제가 인터뷰를 통해 만난 부모들은 “어떨 때는 부모가 ‘을’이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아이를 맡기는 입장이다 보니, 어려운 부탁은 쉽게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 소위 업계에서 ‘에이스’로 소문난 이모님들은 구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몸값’도 비싸지만 서로 모시기 위해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고용 주체인 엄마들도 ‘좋은’ 이모님을 더 ‘오래’ 본인의 가정에 머무르게 하려고 이모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한국 부모의 중국동포 육아 돌보미 고용 만족도는 54.8%로 조사됐는데, 중국동포 돌보미의 근로 만족도(91.4%)와 비교해 크게 떨어졌습니다. 앞서 언급한 고용의 불안정성(언제 옮길지 모른다는 두려움), 신원의 불확실성, 급여 가이드라인 부재에서 오는 경제적 부담 등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한때 인터넷에는 중국동포 육아 돌보미와 관련한 ‘괴담’까지 돌 정도였는데,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빚어낸 엉뚱한 결과물로 보입니다.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 참여한 한국 부모의 82.7%가 중국동포 육아 돌보미 고용 과정의 제도화에 대해 찬성했습니다. 제도화를 통해 돌보미 고용을 사적 영역에서 공정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근로자(중국동포)와 고용주(한국 부모)가 각자의 역할과 의무를 지녀야 한다는 겁니다.
홍콩의 경우 외국인 돌보미가 늘어나자, ‘베이비시터 인증제’를 도입했습니다. 주로 필리핀 출신 돌보미가 그 대상인데, 한 달 급여는 5천 홍콩달러(약 79만 원) 이상 되도록 정부에서 관리합니다. 고용주와의 계약이 중단되면 홍콩에서 추방당하기 때문에 돌보미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또 정부가 인증한 돌보미의 경우 부모들이 신뢰할 수 있어 취업이 쉽고 안정적이라, 결국 수요자와 구직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민간에서 돌보미 고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이 점을 보완하기 위한 제도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한국이민재단이 법무부의 위탁을 받아 외국인 육아 돌보미 교육 과정을 지난 2013년부터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국동포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5주 동안 하루 8시간씩, 총 40시간의 육아 돌보미 교육을 진행하며, 교육 수료자에 대한 정보를 (이들을 고용하려는) 부모들에게 제공해줍니다. 지금까지 750여 명이 이 교육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이들은 육아발달과 놀이지원, 언어지도, 건강교육, 유아 안전관리, 한국 양육문화 특징 등의 과목을 수강했습니다.
중국동포 육아돌보미에 대한 수요가 지금처럼 계속 늘고 있다면, 이를 민간에 맡겨두고 방치하기 보단, 제도화를 통해 보육 서비스의 공백을 메우는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한국이민재단의 사례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으며, 표준계약절차 활성화와 급여 가이드라인 제공, 외국인 돌보미 신원 확인 절차 및 사전교육 의무화 등도 구체적인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