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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취준생 '스펙 9종 세트'를 아시나요?

* 대담 : SBS 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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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수진/사회자:

지난해 청년 실업자는 40만 명, 취업준비생까지 합치면 108만 명이 직업을 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태백, 20대 태반이 백수다.. 인구론, 인문계 90%가 논다..같은 신조어처럼, 대학문을 나서는 졸업생 둘 중 한명은 백수인 청년백수 백만시대 입니다. '청년 취업 잔혹사'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데요. SBS 보도국 사회부 정혜진 기자와 함께 취업절벽 속 힘겨운 겨울을 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정혜진 기자!

▶ SBS 정혜진 기자: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지난해 연간 청년 실업률이 9.2%라는데, 이게 통계 기준이 바뀌기 시작한 1999년 이후 최고치 라죠?

▶ SBS 정혜진 기자:

네 그렇습니다. 더 안 좋은 상황인 게, 해가 바뀌고 나서 더 나빠졌습니다.통계청이 지난달 실업률을 발표했는데 수치가 더 올라갔습니다. 지난 1월 청년 실업률이 9.5%, 1월 기준으로는 IMF 이후 16년 만에 최고치라고 합니다. 지금 2월이 대학교 졸업 시즌인데요. 졸업과 동시에 백수가 되는 청년들이 졸업생 둘 중 한명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달이 끝나고 발표될 2월 실업률은 더 나빠질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심각하네요. 이런 최악의 실업난 속에서 극단으로 몰리는 청년들 이야기를 취재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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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정혜진 기자:

네, 지난달 초에 있었던 일인데요. 충남 천안 의 한 모텔에서 한 취업준비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모텔방에선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건 거짓이고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이 청년은 취업에 여러해 실패하다보니 지난해 초에 부모님께 지방의 한 군청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했던 겁니다. 그리고는 지난 1년 동안 매일 아침마다 거짓 출근했었고요. 매달 월급 명목으로 집에 가져갔던 2천만 원은, 사실은 대부업체에서 빌린 빚이었습니다. 유서에는 부모님한테 기대만큼 하지 못해서 죄책감이 들고 죄송하다, 자기는 출근하다 바깥에서 배회하다 결국은 집에 들어온 것 밖에 없었다.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사연을 취재하면서 벼랑 끝에 몰렸을 한 청년의 정신적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오랜 기간 취업을 못해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컸을까요?

▶ SBS 정혜진 기자:

네, 취재 과정에서 또 다른 30대 장기 실업자의 안타까운 죽음도 있었습니다. 지난 12월인데요. 이분은 반 지하 방에서 숨진 지 3주 만에 몸무게 20kg으로, 앙상하게 마른 상태로 발견됐습니다. 이분이 일기장을 남겼는데요. 일기장을 보면 "취업해 빚도 갚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사실 라면 살 돈도 없어 더 이상 살다가는 범죄자가 될 것 같다" 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자살률은 줄어드는데, 2,30대 남성에서만 늘어나는 건 취업난 탓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참 마음이 무거워지는데요. 그래서 요즘은 대학교 입학 때부터 취업, 취업.. 이런 얘기만 한다죠?

▶ SBS 정혜진 기자:

네. 앵커께서는 혹시 스펙이라는 말 들어보셨나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요즘 많이 하죠.

▶ SBS 정혜진 기자:

자신의 능력이나 배경을 보여줄 수 있는 걸 스펙이라고 하는데요. 제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게 2003년인데요. 13~4년 되는데요. 그때는 토익 같은 영어점수 따고 면접 준비하고 학교 공부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요즘은 학벌과 학점, 공인영어성적은 스펙 기본 3종 세트라고 합니다. 여기에 어학연수와 자격증을 더하면 5종 세트가 되는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요즘은 워낙 직무능력중심 채용이 화두다 보니 공모전 입상이나 인턴, 대외활동까지 추가된 스펙 7종 세트까지 확대가 됐고요. 그러다가 더 차별성을 둬야하니까 사회봉사에 얼굴도 스펙이다 이렇게 해서 성형수술까지 9종 세트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숨) 9종 세트를 다 갖춰야 그래야 겨우 일자리를 구해 볼 수 있다는 거네요. 이걸 또 다 갖추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들겠어요. 그래서 요즘 취업준비 하는데 취업준비 때문에 빚을 내는 그런 청년들도 많다는 소식들도 있죠. 요즘 보면 대학생들이 기업의 인턴 활동이 많아졌죠. 그런데 이런 인턴채용에서도 이른바 '채용 갑질'이라는 게 있다면서요?

▶ SBS 정혜진 기자:

네 아까 말씀드린 것 같이 스펙 종합세트를 갖춰야 하다 보니까 인턴경력이 필수가 되어버렸는데요. 제가 만난 20대 여성 인턴은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는데요. 인턴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은 바로 다음날 합격이 취소됐습니다. 거래처 접대 술자리에 나갔다가,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먼저 자리를 뜨자 회사는 돌연 합격을 취소했다는 겁니다. 여학생 얘기 들어보겠습니다."갑자기 저녁 먹으러 가자면서 제가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는 경기도로 데리고 가는 거예요. 저녁에.""태도나 이런 게 별로라는 거예요. 솔직히 뻔하잖아요. 그렇게 당한 거죠. 그때 좀 울었죠, 많이." "그냥 쓰다 버리는, 그런 1회성의 사람, 인턴을 뽑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갑자기 저녁먹자면서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경기도로 갔는데 술자리로 데려간 거죠. 정말 몹쓸 기업인거 같은데요. 이런 일이 많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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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정혜진 기자:

네, 요즘 인턴이라는 게 스펙용 단기 인턴도 있지만 사실상 공채 전형에 준해서 선발하는 인턴도 있습니다. 많은 경우 공채 인턴으로 뽑히면 정규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거나 정식 채용을 약속하고 인턴을 뽑은 경우가 많거든요. 그렇다보니 청년들은 인턴 합격에도 절박할 수밖에 없는데요. 어떤 회사는 회사 소속 아카데미에 돈을 내고 등록해야 인턴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사실상 장사를 한다고까지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힘겹게 스펙을 만든 취업준비생들, 취업 문턱까지 가는 길은 어떻습니까?

▶ SBS 정혜진 기자:

혹시 자소설이라는 말 들어보셨습니까. 자기소개서랑 소설을 합친 말인데요. 자기소개서를 쓰다 보면 실제로는 그렇지 않지만 못난 부모를 만나 고생했지만 나는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 이런 패턴이 생기기도 한다고 하고요. 부모님한테 괜히 미안해진다는 학생도 있었습니다. 또 광탈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렇게 스펙으로 자기소개서를 꽉꽉 채워도 서류전형에서 광속탈락, 빛의 속도로 탈락한다는 자조 섞인 말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취업하기가 어렵다 보니 적성을 따져 일자리를 찾는 건 우리 청년들에게 참 어려운 일이겠네요?

▶ SBS 정혜진 기자:

네, 서울대 인문대를 졸업한 20대 신입사원을 만나봤습니다. 취업하지 못한 상태로 졸업을 했고요. 졸업 후 지난해 1년 동안 수도 없이 구직활동을 했다가 드디어 지난달 첫 출근을 했다는데요. 백수상태였다 보니 지원서를 쓸 때마다 전공이나 희망직종은 고려대상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 학생 얘기 한번 들어보겠습니다. "상반기에는 한 열댓 개쯤 쓰고, 하반기에는 진짜 한 40개 썼던 거 같아요." "나름 나도 전공이란 걸 한 게 있는데 지원을 하려면 다 전공무관을 써야 되는 게 슬펐고"

▷ 한수진/사회자:

이런 묻지마 취업,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치 취업이 고용의 질에도 영향을 준다죠?

▶ SBS 정혜진 기자:

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대졸청년의 전공일치 취업 실태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전공과 일자리의 '미스매치 취업' 불일치 취업 대졸자의 평균 연봉은 2천472만원, 전공 일치 대졸자들 평균연봉보다 7% 정도 낮았는데요. 전공 불일치 취업이 임금 수준도 더 낮을 가능성이 크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시대에 취업을 통해 차근차근 인생을 설계해 나가기가 힘겹게 보이는데요?

▶ SBS 정혜진 기자:

네, 고용정보원 보고서를 보면 4년제 대졸자가 투자하는 교육비용은 평균 1억 3300만 원입니다. 우리나라가 교육열이 높다보니 엄청난 돈이 교육에 들어가는 겁니다. 그런데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전공 불일치 신입사원의 경우 평균 연봉은 2천4백만 원 정돕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성인들이 느끼는 주택 한 채의 평균 가격은 2억8천 만원. 평균연봉 2천만 원대에서 13년 치 연봉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청년들은 취업 전쟁을 끝내고 나서도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기 어렵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렇게 청년들이 취업 절벽 앞에서 좌절하며 더 이상 희망도, 꿈도 얘기하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전체의 미래도 낙관할 수 없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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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정혜진 기자:

네 그렇습니다. N포 세대란 말 들어보셨나요? 이 시대 청년들을 대변하는 말인데요.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 여기에 더해 집과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5포를 넘어, 꿈과 희망까지 포기했다는 건데요. N포세대의 N에는, 도대체 얼마나 몇 개를 더 포기해야 하냐는 청년들의 절규가 담겨 있습니다. 기성세대들은 젊을 땐 다 그런 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고도 성장기를 지나 요즘같이 저성장시대에 취업 절벽은 분명한 사회 구조적 문젭니다. 더 늦기 전에 진지한 논의와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지금까지 SBS 정혜진 기자였습니다.

▶ 자소서만 50번…취업절벽 앞 결혼·출산은 먼 꿈

▶ 인턴은 봉?…술자리 거절하자 돌연 '합격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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