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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에 진 빚 갚겠다"…'소박한 나눔' 실천하는 한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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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지난 20일(현지시간)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멕시코 수도인 멕시코시티 소치밀코 성당 옆 광장.

낡은 스피커에서 빠르고 경쾌한 라틴 특유의 음악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순박한 웃음을 연방 지어대는 멕시코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니 마치 시골 장터를 연상케 한다.

광장에는 하얀 천막 6∼7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천막마다 분위기가 다르다.

한 천막에서는 머리도 가운도 하얀 할아버지 의사 선생님이 코 묻은 아이의 심장박동을 재고 있다.

다른 천막에서는 선생님들이 먹으면 안 되는 것, 먹으면 좋은 것을 열심히 설명해 주는 모습이 눈에 띈다.

어떤 천막에서는 동네 아이들이 모여 몽땅 크레파스를 가지고 그림 그리기가 한창이다.

소방관 아저씨들의 어린이 불 끄기 교실도 인기가 좋다.

자기만의 화분을 만드는 원예교실도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한다.

한쪽 구석의 천막에서는 울분을 토하는 멕시코 아저씨들을 상대로 냉정함을 잃지 않고 차분히 설명을 해주는 변호사들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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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아래 등받이가 없는 의자에 가운을 걸치고 꼿꼿이 허리를 세운 채 앉아 머리 손질을 맡긴 할머니는 상념에 잠겨 있다.

멕시코에서 재능 기부를 실천하는 한인 기업이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소외된 지역을 찾아가 무료로 법률 상담과 회계 자문을 해주는 문더스 아페르투스(MUNDUS APERTUS. 열린 세상이라는 뜻) 로펌이 그 주인공.

문더스는 12명의 변호사와 4명의 회계사, 9명의 직원으로 구성돼 있고 멕시코시티와 몬테레이에 사무실을 둔 중소규모의 법률회사다.

문더스 법무법인은 2015년 9월부터 사회봉사를 시작했고, 이번이 6번째 봉사활동이다.

나눔의 계기는 소박하다.

엄기웅(43) 문더스 법무법인 대표는 개인적으로 멕시코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나눔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10년 전 공기업 직원으로 멕시코 땅을 처음 밟았는데 어느덧 멕시코 변호사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멕시코는 외국인인 저에게도 공부할 기회를 주었고, 변호사 자격증도 차별하지 않고 부여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너무 감사할 일이더군요. 멕시코에 진 빚을 갚아야겠다고 생각하던 참에 소외된 저소득층이 당연히 누려야 할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나눔을 통해 멕시코 사회에서 한국인의 위상을 제고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습니다."

법률 자문은 구청이나 시청과의 문제, 집안 문제 (출생증명서 정정, 유서 작성, 이혼서류 작성, 재산 분할), 노동 문제 (근로자 마약 복용에 따른 해고, 퇴직금 계산 방법), 이웃집과의 분쟁 (옆집 개의 위협에 대한 대처 방법, 옆집 가게 간판 안전성 문제) 등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이 주로 다뤄진다.

사회보장청 기금 납부 계산 방법, 주택기금 납부 기록 삭제에 대한 문의, 세금 과태료 이의 제기, 재산세 부과 정정 등과 같은 회계자문도 한다.

엄 대표는 상황이 허락하는 한 최소 50회까지 나눔활동을 계속 할 계획이다.

문더스 소속 변호사들과 직원들도 엄 대표의 뜻에 공감해 즐거운 마음으로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엄 대표의 우남대 법대 동문으로 2년째 문더스에서 일하는 미겔 앙헬 도밍게스 라스카노 변호사는 "엄 대표가 어느 날 이런 행사를 하자고 제안했고 그 취지에 공감해서 같이 봉사하고 있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약 100건 정도의 조언을 해줬는데 본인의 당연한 권리인데도 무지 탓에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주민들을 보면 안타깝다"면서 "앞으로 미력하나마 계속 힘을 보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5회 때까지는 문더스 법무법인 혼자서 행사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아쿠데'(ACUDE)라는 사회 봉사단체가 동참하면서 탄력이 붙었다.

이 단체는 소외된 지역 주민의 자활과 갱생을 돕고자 2013년에 설립된 비영리 단체다.

구성원 전원이 자원봉사자인 이 단체의 창립자는 현 멕시코시티 교육부 장관인 알레한드라 바랄레스다.

그는 공직에 진출하면서 여러 제약 탓에 봉사활동에는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현지 사회봉사단체가 합류하니 우선 사람들 모으기가 편해졌다.

예전에는 문더스가 자문 활동을 홍보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공동으로 행사를 진행하니 지역 주민들의 참석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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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더스 혼자서는 법률자문, 회계자문, 그리고 한국 음식이나 과자를 나누어 주는 수준 밖에 할 수 없지만 아쿠데는 무료 진료, 무료 이발, 지역 소방관과 연계한 소방학교 등 지역사회에 해줄 수 있는 행사의 폭이 넓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셈이다.

아쿠데 자원봉사자인 엔리께 게바라 의사는 "나도 시골 출신이라 처음 아쿠데의 제안을 받았을 때 한 달에 한 번 쉬는 토요일에 가서 재능 기부하는 것이 전혀 어렵지 않고 노년생활의 즐거움이 되겠구나 생각했다"면서 "기초적인 진료를 해주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지역주민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해서 약을 못 지어먹고 병원에 가지 못해 생기는 병들이 많다"며 "특히 가벼운 감기인데도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해 폐렴으로 진행되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행사에는 150여 명의 주민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주최 측이 나누어준 한국 찐빵을 손에 들고 맛있다는 칭찬의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연방 치켜세우며 즐거워했다.

소박하고 밝은 웃음도 잠시, 그들은 다시 극심한 빈부격차와 마약범죄 등이 도사리는 고단한 일상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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