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30억 달러의 채무를 돌려받기 위한 소송을 영국 법원에 제기했다.
리아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에게 "재무부가 런던 고등법원에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채무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제소는 우크라이나를 채무 재조정을 위한 건설적 대화로 끌어들이려는 시도가 실패한 뒤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루아노프는 "우리는 여러 차례 법원 밖에서 양자 간의 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우크라이나는 유감스럽게도 우리와 국제통화기금(IMF)까지 촉구한 선의의 협상에 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것으로 판명났다"며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측의 제소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2013년 12월에 빌려간 30억 달러 차관과 그에 따른 이자 등을 포함한 30억7천500만 달러를 상환 시한인 지난해 12월까지 갚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차관 상환 문제를 두고 러시아와 분쟁을 겪어왔다.
러시아는 지난 2013년 12월 모스크바를 방문한 빅토르 야누코비치 당시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유로본드 매입 방식으로 15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포함한 협력협정 체결을 고민하던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권에 묶어두기 위한 유인책이었다.
그 후 같은 해 12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30억 달러를 1차로 지원했다.
그러나 2014년 초 친서방 야권 세력에 의해 야누코비치 정권이 축출되고 러시아의 크림병합 등으로 양국관계가 크게 악화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차관 지원을 중단한 바 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8월 서방 민간채권단과의 협상에서 약 180억 달러의 채무에 대해 '원금 20% 삭감, 상환 기한 4년 연기' 등의 합의를 이끌어 낸 뒤 러시아에도 같은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도 민간채권단의 일원이란 주장에 근거한 요구였다.
러시아는 그러나 서방 민간채권단이 준 상업차관과는 성격이 다른 공공차관을 제공한 것이라며 원금 삭감 요구를 거부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대신 지난해 12월 21일이 시한인 차관 상환 시기를 조정해 2016년부터 3년간 매년 10억 달러씩 분할 상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미국이나 유럽연합(EU), 권위 있는 국제금융기구 등이 상환 보증을 설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보증을 거부하면서 이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지난해 12월 중순 우크라이나가 결국 대러 채무에 대해 모라토리엄(지불유예)을 공식 선언하면서 국제소송으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채무 소송은 러시아의 크림병합, 우크라이나-EU 간 FTA 체결 등으로 꼬여 있는 러-우크라 관계를 한층 더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