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15일 오후 대전 중구 유천동 한 편의점에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 입은 30대 남성이 들어와 종업원에게 "5만원만 빌려달라"고 다급히 말했다.
바로 갚겠다는 말도 했다.
이 남성은 "근처 빌라에 최근에 이사온 사람인데, 열쇠를 놓고와 집에 못 들어가고 있다"며 "돈이 급히 필요하니 5만원만 빌려주면 바로 돌려주러 오겠다"고 장담했다.
구체적인 빌라 이름에 호수까지 얘기하는 남성의 말에 종업원은 큰 의심없이 5만원을 건넸다.
하지만 그는 돈을 받아챙겨 그대로 자취를 감췄다.
이 남성은 돈을 빌려주면 바로 갚겠다고 속이는 등의 수법으로 대전, 청주, 의정부 등의 편의점을 돌며 사기 행각을 벌인 박모(31)씨였다.
말끔한 옷까지 차려 입고, 곧바로 와서 다시 갚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종업원들은 깜빡 속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의심을 거두지 않고, 돈을 쉽게 내주지 않는 편의점 종업원들도 있었다.
그의 말을 믿게 할 '담보'가 필요했다.
박씨는 동사무소를 다니며 주민등록증 발급신청 확인서를 여러 장 받았다.
또 체크카드 분실 신고를 하고 재발급 받는 방법으로 카드 수십장을 준비했다.
이 카드는 잔고가 없는 통장과 연결, 결제가 불가능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시 편의점으로 향해 "상품권 20만원어치가 급하게 필요하니 빨리 달라, 결제는 잠깐 다녀와서 하겠다"며 체크카드나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를 편의점에 맡겨두고 나갔다.
그의 말을 믿은 종업원들은 바로 수십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줬지만, 박씨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종업원들이 뒤늦게 박씨가 맡긴 체크카드로 결제를 해보려했지만, 잔고가 없었다.
이같은 수법으로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1월 초까지 전국의 편의점을 돌며 50여차례에 걸쳐 2천만원 상당의 현금과 상품권을 가로챘다.
그러나 자신의 신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체크카드와 주민등록증 발급신청서 때문에 그는 곧 경찰에 잡히고 말았다.
대전 중부경찰서는 29일 사기혐의로 박씨를 구속했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인터넷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돈이 급하게 필요해 그랬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박씨를 상대로 여죄를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