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 혁명으로 처형된 공산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사망한 지 26년이 지난 루마니아에서 오히려 그를 그리워하는 추모 분위기가 차츰 일고 있다.
그의 생일인 26일(이하 현지시간) 수도 부쿠레슈티 서부의 차우셰스쿠 묘지에 약 30명의 추모객이 모여 카네이션 등을 헌화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발칸 뉴스 전문 매체인 발칸인사이트가 27일 보도했다.
행사에 참석한 페트르 발리마레아누(73)는 "살았다면 98세를 맞는 차우셰스쿠 동무에 대해 내 나름대로 경의를 표한 것"이라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루마니아인인 그는 가난한 이들을 돌봤고, 조국을 사랑했던 진짜 정치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차우셰스쿠 시절에는 모두 직업과 집이 있었고 무상교육·의료를 누리며 휴가를 즐겼다"며 "밤에 외출하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발리마레아누는 "지금 월 350유로(약 46만원)의 연금으로 살아가는 내 삶은 악몽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노인층이나 극좌 정당에서 차우셰스쿠에 대한 향수가 커지고 있으며, 차우셰스쿠가 처형당한 1989년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에게 그는 위협 요인이라기보다 이국적인 신기함의 대상이 됐다고 발칸인사이트는 설명했다.
그 결과 여러 여론조사에서 절반 이상의 루마니아인들이 생활수준이나 직업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차우셰스쿠 시절이 지금보다 더 좋았다고 평가한다고 이 매체는 소개했다.
반면 당시보다 지금이 더 살기 좋아졌다는 응답자는 대체로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실제 차우셰스쿠 집권 마지막 10년간에는 막대한 외채를 상환하기 위해 정부가 육류와 식용유, 버터 등의 배급을 엄격히 제한했고 이를 거래하는 암시장이 곳곳에 생겨나는 등 생활고가 극심했다.
비밀경찰을 동원해 포악한 철권 통치를 휘두른 차우셰스쿠는 1989년 12월 17일 민주화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으나,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하자 도피를 시도했다가 군에 붙잡혔다.
그는 그해 성탄절 날 군이 급조한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고 당일 부인 엘레나와 함께 처형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