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규모로 유럽 4위인 이탈리아가 금융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경보음이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정보컨설팅 그룹 지오폴리티컬 퓨처스(GF)의 제이콥 샤피로 분석국장은 26일 유럽 전문 매체 유랙티브 기고문에서 이탈리아 금융위기가 현실화될 위험성이 매우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커졌으나 경제 여건이 그리스와 다르고 유럽연합(EU)이 사태 예방에 나설 것이어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반론에 가려졌다.
그러나 해가 바뀌면서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경제금융 전문사이트 마켓워치, 미국 전략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 등도 이런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이탈리아 은행들의 주가는 평균 17% 이상 폭락했다.
특히, 제3위 은행인 몬테 데이 파스치(MdP) 주가는 아예 '반토막'이 났다.
무려 2천억 유로(약 260조 5천억원)가 넘는 수준으로 늘어난 은행권의 부실채권이 주원인이다.
유럽은행감독청(EBA)에 의하면 이탈리아 금융권 대출의 약 17%가 부실채권이다.
무엇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 18일 이탈리아 6개 은행에 부실채권 관련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폭락세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엔 최대 은행인 유니크레디트, 3위인 MdP 등이 포함돼 있다.
ECB는 이 은행들에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통상적 조사의 일환으로 표본 선정한 것일 뿐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시장의 불안을 전혀 해소하지 못했다.
특히 이미 2009년 이후 두 번이나 구제금융을 받은 전력이 있는 MdP는 부실채권 비율이 22%에 달하며, 부실채권과 불량대출의 총 규모가 450억 유로나 돼 '폭탄'으로 여겨지고 있다.
증시 당국은 지난 21일 MdP 주가가 수직 낙하하자 투기꾼들이 하락세를 부추길 것을 우려, 단기매매 금지 조치까지 취했지만 폭락 장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탈리아 정부는 은행들의 부실채권을 한 데 모아 관리하며 국가가 지급을 보증해주는 이른바 '배드뱅크' 설립 등의 방법으로 금융산업 붕괴나 경제위기 촉발 가능성을 차단하려 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엔 소형 지방 은행 4곳에 대해 정부 보증을 통한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 4개 은행의 금융산업 내 비중은 1%에 불과한 반면 MdP 등은 크기와 부실채권 규모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큰데다 올해부터 시행된 EU 규정 때문에 이런 정책을 계속 펴기 어렵다.
EU는 국가가 부실 은행에 국민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지원해주기 전에 투자자와 예금자들이 먼저 감수해야 할 손해의 비중을 대폭 높였다.
이에 따라 은행주 폭락과 상황에 따라선 대량 예금 인출사태(뱅크런)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미국 전략정보 분석업체 스트랫포는 경고한 바 있다.
더욱이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난 공공부채도 발목을 잡고 있어 이탈리아 정부가 구제금융 정책을 펼 수 있는 여지를 매우 좁히고 있다.
이탈리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누적 부채비율은 132%가 넘는데 이는 유로존에서 그리스 다음으로 많은 것이다.
또 올해 재정적자 비율은 2.4%로 유로존 관리 목표인 1.8%를 훌쩍 넘는다.
EU는 올해 상반기 중 이탈리아의 재정운영 상태를 평가할 예정이며 독일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은 그동안 그리스 등에 요구해온 '엄격한 규정 준수'를 이탈리아에도 촉구하며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로선 이탈리아가 제2의 그리스가 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우선 산업구조가 다변화 돼 있고, 경쟁력 있는 제조업체나 서비스업체가 많은데다, 내수 규모나 금 보유액이 훨씬 크고, GDP 대비 가계부채도 45%로 그리스(65%)에 비해 훨씬 낮다는 점 등이 거론된다.
또 그리스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타격을 입힐 이탈리아 금융 및 경제위기를 EU나 다른 회원국들이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들고 있다.
GF의 샤피로 국장은 이탈리아 금융부문 위기가 얼마나 심각해질 것인가는 EU가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창의적 해결책을 개발해 시행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현재 전개되는 상황은 좋은 징조를 보이지 못한 채 "그리스발 재난이 더 큰 규모로 이탈리아에서 재연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