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방학에 한파까지 겹쳐서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을 가보면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그런데 막상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물건이 발견돼도 선뜻 지갑을 열게 되지는 않죠. 각종 할인도 행사도 참 많은데, 왜 그럴까요? 정호선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온 사방에 세일을 알리는 문구가 붙어 있는데, 만약 내가 집어 든 상품이 세일 제외 품목이라고 하면 일단 무슨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손해 보는 느낌부터 듭니다. 나만 제값 주고 사는 것 같죠.
왠지 조금만 지나면 가격이 내려갈 것 같고 원래 정가 자체가 부풀려져 있는 듯해서 정말 갖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냥 내려놓고 돌아서게 됩니다. 세일의 풍년 속에서 오히려 소비를 미루게 되는 세일의 역설 현상인 겁니다.
그런가 하면 백화점 차원에서 큼지막하게 정기세일 현수막을 걸어 놓고 매장별로 브랜드 세일을 또 따로 한다고 하면,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세일 피로감마저 생기는 겁니다.
물론 소비자로서 값이 내려가면 나쁠 일은 없지만, 너도나도 시도 때도 없이 세일이라면 정상가가 과연 정말 정상가인가 하는 불신이 자리 잡게 되는 거죠.
그런데도 정부는 올 들어서도 계속 세일 행사를 밀어붙일 태세입니다. 지난해 메르스 등의 여파로 부진했던 유통업체들이 대규모 국가 주도 세일 행사로 실적이 반등하는 재미를 봤고, 국가 전체적으로도 수출이 마이너스 성장을 할 때 내수 성장세가 그나마 전체 경제성장률을 소폭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졸속 추진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경제 정책을 발표하면서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를 매년 정례화하겠다는 계획을 포함시켰고, 다가오는 설 연휴 직후에는 유통회사들과 의류, 화장품 협회, 그리고 대한 상의뿐 아니라 제조업체들까지 엮은 공동 할인 이벤트를 펼치려 기획하고 있습니다.
대대적 세일 행사만큼 꺾인 내수를 살리는 쉽고도 달콤한 방법을 포기하지 못하는 겁니다. 그렇지만 언제까지 할인 행사에 의존해 판매를 촉진할 수 있을까요?
통계적으로도 지난 4분기 K-세일 때 잠깐 살아나는 듯했던 유통 경기는 3분기 연속 회복되지 않고 기준치 아래에서 횡보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소비 진작책이 반짝 효과 이상의 소비심리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실정인 겁니다. 체질 개선 없이 세일이라는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