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옥천군 이원면 대동리에 사는 강모(62)씨는 요즘 이웃들의 눈을 피해가면서 몰래 숨어 담배를 피운다.
마을회관이나 골목 등에서 담배를 꺼내 무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고, 집에서 피우다가도 이웃들의 인기척이 나면 눈에 띌세라 부랴부랴 담뱃불을 끈다.
강씨는 "마을 공동의 금연 결의를 지키지 못해 이웃 볼 낯이 없다"며 "담배필 때마다 나쁜 짓이라도 하는 양 눈치가 보인다"고 말했다.
그가 사는 마을은 지난해 1월 '담배 없는 마을'을 선언하고 단체 금연에 도전해 화제가 된 곳이다.
강씨를 포함해 23명의 흡연자가 금연에 참여하면서 마을회관에는 '금연추진본부'가 설치됐다.
마을 곳곳에 금연결의를 다지는 가림막이 내걸렸고, 경로당 등 공공장소에 있던 라이터와 재떨이 등의 흡연용품도 모두 치워졌다.
구판장 주인의 협조를 얻어 담배 팔던 판매대도 철거했다.
마을 안의 흡연 환경을 모두 원천봉쇄한 셈이다.
보건당국에서도 6개월간 매주 마을회관을 오가면서 이동 금연클리닉을 운영하는 등 주민들의 자진 금연을 응원했다.
그로부터 1년.
이 마을에서는 공공장소나 골목 등 여러사람이 왕래하는 곳에서는 더 이상 담배피는 모습을 볼 수 없게 됐다.
강씨를 포함해 4명의 주민이 비록 금연에 실패했지만, 예전처럼 대놓고 담배피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23명의 도전자 중 19명은 지금까지 1년 넘게 금연하고 있다.
82.6%의 금연 성공률이다.
지난해 옥천군보건소 금연클리닉의 금연 성공률이 38.1%였던 데 비춰보면 2.2배 이상 높은 성과다.
이 마을의 금연을 주도한 김근형(54)씨는 "금연이 일상화되면서 항상 담배 찌든 냄새가 진동하던 마을회관의 공기가 상쾌해졌고, 공터 등에 나뒹굴던 담배꽁초도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며 "매캐한 담배연기 때문에 인상 찌푸리던 아낙네들은 말할 것도 없고, 남자들도 확 달라진 환경에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금연을 시작한 이후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 공터에 모여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
보건당국이 스스로 금연을 기획하고 실천한 이곳을 '건강실천마을'로 지정해 인증패를 달아주면서 배드민턴 장비를 선물한 게 계기가 됐다.
옥천군보건소의 김옥년 건강증진팀장은 "그동안 저염식단 보급과 전문의 초청 금연교육 등 다양한 지원활동이 보탬은 됐겠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금연을 선언하고 함께 노력한 게 이 마을의 금연 성공률을 높인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금연에 실패해 '죄인 아닌 죄인'이 된 강씨 등 마을 주민 4명은 요즘 다시 금연의지를 불태우기 시작했다.
강씨는 "담배피기 곤란한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과거 하루 1갑 피던 흡연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며 "조만간 4명이 뜻을 모아 2차 금연을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