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주제로 한 영화 <잡스>가 나왔었는데요, 오늘은 또 영화 <스티브잡스> 가 개봉합니다.
헐리우드의 손꼽히는 스타일리스트, 대니 보일이 감독했고, 또 스티브 잡스 역할을 맡은 배우 마이클 패스밴더는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로도 올랐었는데요, 무슨 새로운 내용이 있을까, 뭐가 다를까?
저도 아직 못 봐서 궁금하지만, 이번 영화는 잡스가 이룬 눈부신 신화만큼이나 그 이면의 냉혹하고 이기적이고, 또 독선적이었던 그의 모습을 동시에 담고 있다고 합니다. 김영아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소개했습니다.
[몇 초 만에 이걸 어떻게 고칩니까? 몇 초가 아니라 3주나 있었잖아. 지구를 만드는 것도 1주일밖에 안 걸렸다고! 그러게 어떻게 그렇게 하셨는지 좀 알려주세요.]
손바닥만 한 전화기 한 대로 새로운 세상을 연 인물,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표현이 결코 넘치지 않는 이른바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
하지만 재승박덕이라고 하죠? 그 화려한 재능 뒤에는 수많은 인간적 흠결도 있었습니다. 영화인들이 그를 끊임없이 스크린에 담고 싶어 하는 것도 잡스라는 사람, 잡스의 인생 자체가 너무나도 영화적이었기 때문일 겁니다.
특히, 이번 영화는 그의 삶에서 가장 중요했던 세 가지 사건을 골라 연극의 3막 형식으로 구성했는데요, 바로 1984년 맥킨토시 런칭과 1988년 넥스트 컴퓨터 런칭, 그리고 1998년 아이맥 런칭 때의 프레젠테이션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각각의 발표를 준비하는 마지막 40분 동안의 분주한 현장을 거의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 한정된 공간에서 잡스는 내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듣는 이가 지칠 정도로 엄청난 양의 대사를 쉬지 않고 속사포처럼 쏟아내는데요, 동료와 가족, 기자, 부하 직원 등을 상대로 이야기하고 의논하고 다투고 지시하고, 또 분노하고 부딪히고 갈등하는 과정은 잡스를 영웅으로만 기억하고 싶은 열성 팬들에겐 조금 불편할지도 모릅니다.
천재성과 박덕한 인품이라는 잡스의 두 얼굴을 적나라한 균형감으로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애플의 공동창업자이자 친구였던 스티브 워즈니악은 자신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는 잡스에게 그렇게 이진법으로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똑똑한 것과 성격이 좋은 것은 충분히 함께 갖출 수 있다고 한 겁니다. 그러고 보면, 0과 1로 모든 수를 나타내는 컴퓨터의 이진법은, 성공 아니면 실패, 맞거나 틀리거나, 이렇게 양립할 수 없는 가치 사이에서 투쟁하다 50대에 암으로 요절한 스티브 잡스에게 참 어울리는 표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