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흑인 인권 운동사의 아이콘인 마틴 루서 킹(1929∼1968년) 목사가 생존했다면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 중 '민주적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을 심정적으로 지지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오는 1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공휴일인 '마틴 루서 킹 데이'를 앞두고 미국 CNN 방송은 킹 목사 전문 연구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소개했다.
미국은 킹 목사의 탄생기념일인 1월 15일을 기리고자 해마다 1월 셋째 월요일을 마틴 루서 킹 데이로 지정했다.
킹 목사는 활발하게 인권운동을 펼치던 1968년 4월 4일, 테네시 주 멤피스에서 암살당했다.
CNN 방송은 '킹 목사가 공화당원이었다', '그가 소수계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에 반대했다', '비폭력 저항 운동을 주창하다가 생애 마지막에 급진적으로 변했다'는 각종 소문이 진실과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생애 막판에 급진화했다'는 소문에 대해 킹 목사 전문가들은 원래 급진적이었다고 반박했다.
1964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킹 목사는 수상 직전 뉴욕에서 한 연설에서 모든 남성과 여성, 아이들이 무상 의료와 높은 수준의 교육 기회를 누리는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사정과 부유한 미국에서 복지가 제한된 형태로 이뤄지는 것을 비교하며 비통한 심정을 토로했다.
또 빈곤과의 전쟁에 천착하는 등 킹 목사가 인종 차별 문제에 앞서 경제적 불평등을 일찍부터 고민해왔다고 학자들은 분석했다.
그는 1952년 미래의 아내인 코레타 스콧에게 보낸 편지에서 "경제 이론 관점에서 난 자본주의자가 아닌 사회주의자"라고 썼다.
이런 관점에서 역사학자인 루이스 볼드윈 목사는 킹 목사가 샌더스 후보를 지지했을 것이라고 봤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한 샌더스 의원은 '상위 1%의 권력을 빼앗아 하위 99%에게 돌려주겠다'면서 '99%를 위한 대변인'이라는 구호로 경선 초반 경합지에서 유력 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앞서고 있다.
볼드윈 목사는 킹 목사 역시 샌더스처럼 보편적인 의료·교육 지원 확대와 급진적인 부(富)의 재분배를 주장했다면서 샌더스가 주장한 '민주적 사회주의'는 킹 목사의 구상과 호응한다고 설명했다.
킹 목사의 아버지가 1920년대 중반 공화당원이긴 했으나 아들인 킹 목사는 평생 민주·공화당에 당적을 두지 않고 일정 거리를 유지했다.
다만, 민권법과 투표권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앞장선 민주당에 협력했다.
1920년대만 해도 많은 흑인은 노예제 해방을 이끈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의 공화당을 지지했지만, 1960년대 민권운동에 앞장선 민주당 쪽으로 급격히 옮겨갔다.
킹 목사의 아버지 역시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아들에게 지지 의사를 표시한 뒤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지지 정당을 바꿨다.
보수주의자들은 킹 목사의 유명한 연설인 '내겐 꿈이 있습니다' 중 "내 네 자녀가 피부색이 아닌 인격과 실력 등으로 평가받는 날이 오길 고대한다"는 대목을 들어 킹 목사가 '소수계 우대 정책'을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킹 목사가 인종이 아닌 경제적 불평등에 기반을 둔 우대 정책을 바랐다며 수혜 대상은 궁핍하고 불리한 모든 인종의 사람들이었다고 논박했다.
CNN 방송은 그러나 이런 킹 목사가 소문난 성(性)차별주의자라 남녀평등까지 희망한 건 아니었다고 보도했다.
님부기독교지도자협의회(SCLC)라는 인권 단체를 조직해 주목받는은 여성 인권운동가로 활동하던 엘라 베이커를 주요 지도자에서 배제해 결국 그가 단체를 떠나게 한 게 킹 목사였다.
근엄한 인물로만 알려진 킹 목사가 스포츠와 유머를 좋아하는 '인권 운동계의 코미디언'이라는 사실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CNN 방송은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