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이 17일(현지시간) TV토론에서 격돌한다.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아이오와 주 코커스(당원대회)를 보름 앞두고 열리는 중요한 승부처로 꼽히는 이벤트다.
당초 민주당 경선은 클린턴 전 장관의 독주로 싱겁게 끝났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샌더스 의원이 최근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아이오와(2월1일)와 뉴햄프셔(2월9일) 첫 2개 주 경선 여론조사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모두 역전하는 '이변'이 연출된 상황이다.
지난해 6월 비극적 흑인교회 총기난사사건으로 9명이 사망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열리는 이날 4차 TV 토론회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러한 까닭에서다.
토론회의 가장 큰 쟁점은 총기규제.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다.
이 사안은 전통적으로 흑인 유권자들의 표심에 큰 영향을 미쳐왔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주 내내 이 문제를 앞세워 샌더스 의원에 공세를 취했다.
샌더스 의원이 과거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에게만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브래디법'의 통과에 수차 반대한 점을 거론하며 그를 총기규제에 매우 미온적인 인물로 몰아세운 것.
클린턴 전 장관은 "이제 선택할 때"라며 "총기 로비를 지지할지,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 규제를 지지할지"라고 목소리를 높인 TV광고까지 내보냈다.
그러자 샌더스 의원은 16일 결국 한 방송에 나와 브래디법을 강화하는 수정법안의 마련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한 발짝 물러섰다.
클린턴 전 장관이 오히려 도전자처럼 공세를 펼치고 나선 것은 8년 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서다.
당시 대선 민주당 경선에서도 독주를 이어가며 대세론을 굳혔다고 평가받았지만, 무명의 오바마 상원의원에게 일격을 당하고 최종후보도 그에게 넘겨줬다.
미 언론은 "클린턴 전 장관은 이번에도 1위 후보로 여겨지고 있다"며 "하지만, 개인 이메일 계정과 서버 사용을 둘러싼 스캔들이 계속되고 있고, 아이오와 주에서의 선호도도 샌더스 의원보다 낮게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클린턴 전 장관에 대한 전국적 지지도는 샌더스 의원을 크게 앞서 있다.
하지만, 여론의 흐름상 첫 2개 주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모두 패배하면 상황은 '시계제로'에 빠져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퀴니피액 대학이 지난 5∼10일 아이오와 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샌더스 의원의 지지율이 49%, 클린턴 전 장관이 45%였다.
또 몬마우스 대학이 지난 7∼10일 뉴햄프셔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샌더스 의원은 53%로 39%에 그친 클린턴 전 장관을 압도했다.
특히 공화당 주자들을 상대로 한 본선 경쟁력 조사에서는 샌더스 의원이 큰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조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이 부자들 편이라는 점, 월가에게 유리한 정책을 쓸 것이라는 점, 과거 상원의원 시절 이라크 전쟁에 찬성표를 던진 점 등을 집요하게 공략한 샌더스 의원의 전략이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에게 먹히고 있다는 증거다.
또 클린턴 전 장관이 남편 빌 클린턴, 딸 첼시까지 동원한 가족유세에도 유권자들의 반감이 적지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성추문' 논란만 재점화하며 힐러리 캠프에 오히려 부담스러운 존재로 떠올랐다.
첼시는 "샌더스 의원은 오바마케어,(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도입된) 아동의료보험계획(CHIP), 메디케어(노인·장애인 의료보험), 민간보험을 해체하고 싶어한다"며 그의 '모든 이를 위한 메디케어'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정작 민주당 성향 유권자들은 이 정책을 지지한다고 한다.
더힐은 "클린턴 전 장관이 아이오와 주에서 승리하면 힐러리 캠프 측은 사실상 레이스가 끝났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하지만, 샌더스 의원이 2개 주를 모두 이기면 레이스는 이제 남부 주들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