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새해 벽두부터 세계적인 대형 이슈가 터졌습니다. 북한의 이른바 ‘수소탄 시험‘은 관련국들 뿐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습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수소탄이 아니고 증폭 핵 분열탄이라고 해도 그 충격은 줄어들지 않습니다.
지난 해를 돌아볼까요? 2015년이 시작되자마자 1월 7일 파리에서 샤를리 엡도 테러가 일어납니다. 테러 문제는 이렇게 1년 내내 온 유럽을 긴장시키더니 11월에는 그야말로 전대미문의 파리 테러로 이어집니다. 지난 해 유럽은 테러 공포 속에 한 해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온 유럽의 언론을 개괄하는 ‘복스 유럽’은 2015년을 돌아보며 ‘격동의 한 해’라고 칭했습니다. 지금 유럽의 관심사는 전 세계의 이슈와 궤를 같이 합니다. 프랑스 경제학자인 파트릭 샤페트가 정리한 2015년의 주요 이슈를 보면 먼저 기후변화가 있습니다. 지난 해 말 파리 기후변화 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파리 협약이 체결됐습니다.
이어 그는 ‘이슬람 테러‘를 꼽았습니다. 테러 공포 속에 유럽 내 경찰이나 정보기관들의 공조 필요성이 높아졌지만 각국이 완전한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세 번째 이슈는 난민 문제입니다. 지난 해 내내 세계의 관심을 끌었던 만큼 당연한 이슈입니다. 샤페트는 정치권의 무능까지 겹치면서 투표자들의 두려움과 분노가 반 유럽연합, 반 외국인 정서로 이어지고, 이는 각국 내에서 민족주의적 성향의 득세로 나타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이렇게 지난 해는 세계가 이런저런 문제로 고통을 겪은 한 해였습니다. 그러면 올해는 세계인이 더 행복해지고 더 안전한 세상이 될까요? 유감스럽게도 올해도 지난해 같은 한 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경제난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지난해 제기됐던 여러 가지 문제들, 그러니까 테러문제, 기후변화 문제, 난민문제 등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사안입니다. 여기에 각국이 중요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어서 빠른 정치적 결정까지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입니다.
먼저 미국이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 대선전은 아직 예선전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적인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보다는 공화당 내 일부 후보들의 엉뚱한 언행이 더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민주당 정권도 임기 말에 어떤 특정한 사안에 천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유럽 각국은 지난 해 선거 이후 유럽연합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이 점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난민사태까지 겹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유럽연합의 상징이라 할 쉥겐 조약의 정신이 부정되는 상황까지 왔습니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외치고 있고, 그리스도 그렉시트 상황이 언제든 올 수 있다는 점이 유럽연합의 미래에 그림자를 던지고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도 비록 2차 투표에서는 실패했지만 극우파인 국민전선이 지난 해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1위를 기록했습니다. 기존의 두 정당이 모두 극우파를 견제하지 못했습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어서 프랑스 내에서도 극우파에 대한 논란이 이어질 것입니다. 당장 우리도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총선까지는 우리 정치권도 이렇다 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새해 벽두부터 돌출된 북핵 사안은 관련 당사국 뿐 아니라 세계에 중대한 화두를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탄 개발이 완료됐다면 사안의 성격은 더 심각해집니다. 일부에서 제기되는 대로 미국이 이란 핵협상을 완료한 뒤 곧바로 북핵 협상에 나섰어야 한다는 지적은 일응 수긍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당시 제가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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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썼듯이 미국 행정부가 북핵 협상에 관심을 가질 상황이 아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미 이란 핵협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미국으로서 가장 위협이 됐던 쿠바와도 외교관계 정상화를 이룸으로써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축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그야말로 ‘수렁’에 빠져들 수도 있는 북핵 협상을 임기 말에 시작한다? 이는 오바마 행정부가 가장 피하고 싶은 외교적 상황일 것입니다. 클린턴 행정부가 임기 말에 북핵 협상에 들어갔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던 전례도 있습니다.
북한의 4차 핵실험은 미국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핵실험 다음 날인 1월 7일자 기사에서 "미국은 각종 핵무기를 가지고 지금껏 우리를 위협 공갈하였으며 '전략적 인내' 정책의 '승리'를 꿈꾸어왔다"면서 "그러나 우리에게도 수소탄이 있다. 미국의 '전략적 인내' 정책은 종국적 파멸을 맞이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 "우리 공화국이 단행한 수소탄 시험은 미국을 위수로 한 적대세력들의 날로 가증되는 핵위협과 공갈, 더우기는 미국이 우리를 오판하고 실행해오던 '전략적 인내' 정책에 대한 대답으로 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핵실험이 미국을 의식한 면이라는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기조가 북한과 협상을 하지 않고 아예 무시한다는 것인 만큼 이를 집중적으로 거론한 것은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은 적습니다. 올해 말 대선에서 어느 당이 정권을 잡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미국의 정책적 기조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민주당이 계속 정권을 잡더라도 북한 문제를 최우선에 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공화당 정권이 들어선다면 더더욱 늦춰질 가능성이 큽니다.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이 북한이 끊임없이 수소폭탄을 개발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입니다. 수소폭탄을 갖는다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위치가 됩니다. 아직도 미국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지만 스톡홀름 평화연구소(SIPRI) 같은 국제 연구기관들은 북한이 6개에서 12개 정도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소폭탄까지 개발해 보유한다면 미국과 러시아, 영국, 중국. 프랑스에 이은 세계 6번째 수소탄 보유국이 됩니다.
이쯤 되면 협상을 통해 핵무기를 제거하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당연히 북한의 협상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핵협상을 통해 실제 가지고 있는 핵을 제거한 경우는 우크라이나 밖에 없습니다. 이란이나 리비아, 남아공 등은 모두 핵개발 의혹을 받는 상태에서 협상으로 진행이 중지된 경우입니다. 우크라이나도 과거 냉전 시대의 유물로 구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배치한 것이지 자체 개발한 것이 아닙니다. 더구나 우크라이나는 체르노빌 사고라는 최악의 원전 사고를 겪은 나라입니다.
이제 북한이 다음 대상이 돼야 하는 데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스스로 개발한 핵무기를 폐기해야 하는 과제가 대두됩니다. 만일 수소탄까지 보유했다면 협상은 난제 중 난제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과 협상해야 하는 미국, 중국의 상황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결국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야 협상론이 제기될 텐데 시간은 오히려 북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견제 없이 핵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제재론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지만 별무효과라는 것은 이미 우리가 경험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UN 안보리 차원의 제재 조치는 있겠지만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우리는 2016년 초부터 북한 핵이라는 최악의 수를 보고 있습니다. 올 한해도 쉽지 않은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을 예고하기라도 하는 듯합니다. 유럽의 한 언론은 “‘감사하게도’ 마침내 2015년이 간다“라고 썼습니다. 올해 2016년이 우리에게 그런 해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우리는 북핵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