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파 성향 집권당을 중심으로 전후체제 탈피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일본에서 전통윤리를 다시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키는 방안이 추진되며 논란이 일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애국심을 고취하고 일본의 역사와 전통, 그리고 전통 종교 신도(神道)를 비롯한 고유의 문화를 아낄 수 있게 유도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로운 교육 지침을 올해 제정했다.
지침에는 또 규칙을 준수하고, 타인하게 친절하며,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 등도 포함됐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번 지침은 메이지(明治) 일왕 시절인 1890년 반포돼 1948년까지 유지된 교육칙어와 전쟁 전 윤리 교육에 기초를 둔 것으로, 현재 출판사들이 새로 출간될 교과서에 반영하고 있다.
새 교과서는 여론 수렴과 정부 승인 절차 등을 거쳐 2018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윤리 시간에 사용될 예정이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교육칙어에 따라 윤리를 핵심 과목 중 하나로 가르쳤다.
교육칙어는 유교 사상을 폭넓게 아우르고, 황제에 대한 충성과 국가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강조했다.
그러나 패전 후 연합군은 이 같은 교육칙어가 맹목적인 복종과 도덕적 확신을 심어줘 일본의 군국주의를 부추긴다며 교육칙어와 윤리교육을 폐기했다.
이후 1958년 과거보다 수위가 낮아진 윤리교육이 부활되긴 했으나 학년이 정해지거나 체계화되지는 않은 방식이었고, 교과서도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일본 보수파를 중심으로 과거와 같은 전통윤리 교육을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이 제기돼왔다.
이들은 학교 교육이 지나치게 일본의 전쟁 침략행위에 초점이 맞춰진 탓에 일본 젊은이들이 일본과 일본의 역사에 대해 낮게 평가하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또 개인의 자유를 강조하는 서구의 시각이 도덕의 붕괴를 가져와 집단 따돌림과 청소년 범죄, 교내 무질서가 심각해졌다며, 이러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통윤리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다수는 일반적인 윤리 교육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응답자들은 윤리 교육이 청소년 범죄를 줄이고 학생들이 타인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전통윤리 교육 재도입을 둘러싼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교사 단체인 일본교직원조합은 전통윤리에 기반해 학생들을 평가하는 것은 학생들에게 획일적인 가치를 주입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아카이케 히로아키 일본교직원조합 대변인은 "정부는 사람들에게 일본을 사랑해야한다고 가르치는 대신 사람들이 일본을 사랑할 수 있게끔 하는 데 애써야 한다"고 꼬집었다.
전직 교수인 쓰루타 아쓰코는 "전쟁 전 교육은 복종을 미덕으로 가르쳤다.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을 꺼렸다"고 비판하며 윤리 교육의 부재로 교실이 무질서해졌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민주주의란 원래 시끄러운 것"이라고 일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