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민에게도 생소한 이디시어(Yiddish·중앙-동유럽권의 유대인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막말을 퍼부은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가 정작 이디시어 사용자의 비웃음을 샀다.
미국 CNN 방송이 25일(현지시간) 소개한 내용을 보면, 이디시어 잔치에 참석한 사람들은 말을 잘 알지도 못한 채 사용한 트럼프의 뻔뻔함을 조롱했다.
트럼프는 21일 미시간 주 유세에서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론하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길 판이었는데, 당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X됐다'(got schlonged), 클린턴은 졌다"고 말했다.
'슐롱'(schlong)은 남성의 생식기를 뜻하는 이디시어로, 트럼프는 클린턴 전 장관의 패배를 신랄하게 표현하려고 상스러운 표현을 썼다가 '성차별주의자'라는 후폭풍에 직면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뉴욕에서 열린 '이디시 뉴욕'에 참석해 이디시의 음악·영화·안무·언어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즐긴 이들은 CNN 방송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발언에 대부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클라리넷 연주자인 보브 블랙스버그는 "왜곡되고 추잡한 단어"라고 눈살을 찌푸렸고, 이디시어 학자인 미리엄 아이삭스는 "트럼프의 발언은 뭐든지 역겹고, 그가 아예 역겨운 사람이 되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비난했다.
슐롱이라는 명사가 동사로 사용된 것도 처음 봤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슐롱은 뱀 또는 간교한 사람을 뜻하는 독일어 '슐랑에'(schlange)에서 파생됐다.
트럼프는 비난이 쇄도하자 절대 상스러운 표현이 아니라고 변명했다.
하지만, 이디시어 사용자들은 트럼프가 어떤 뜻인지 알고 썼을 것이라며 그의 설명을 신뢰하지 않았다.
가수이자 배우인 조앤 보츠는 "트럼프가 단어의 정확한 뜻을 잘 모르는 것 같지만, 상대방에게 모욕을 주고 경멸하려는 취지로 그 말을 썼다면 제법 잘 사용한 것"이라면서 저의를 의심했다.
영화제작자인 조시 월러츠키는 "유대인은 물론 이디시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절대 공개로 그런 상스러운 말을 쓰지 않는다"면서 "트럼프는 자신이 뭔 짓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디시어 춤을 가르치는 아비아 무어는 철저한 이민 반대론자인 트럼프가 왜 미국에 들어온 외국어인 이디시어를 사용했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아코디언을 연주하던 에런 블랙스버그는 트럼프를 향해 '가이 카켄 아페니얌'(Gai kakhen afenyam)이라는 이디시어 유명 격언을 건넸다.
우리 말로 바꾸면 '닥치고 꺼지라'는 뜻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