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간의 경기 상황과 통화정책의 비동조화가 확인됐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등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을 펴는 상황에서 미국이 9년 만에 처음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함에 따라 유럽과 미국의 거시경제 정책이 반대 방향으로 갈라섰다.
미국의 이번 금리 인상은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양적완화를 시행한 직후에 이뤄져 더욱 극적인 대비를 이뤘다.
ECB는 지난 3일 예치금리를 기존 마이너스(-)0.20%에서 -0.30%로 내리고 국채 매입 프로그램 시행 시한도 2017년 3월까지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추가부양책을 발표했다.
마리오 드라기 ECB총재는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친다며 금융시장이 요동치자 그 다음날 미국 뉴욕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필요할 경우 또다시 추가 양적완화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유럽과 미국이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은 양측의 경기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
유로존은 경제가 회복기에는 접어들었지만, 성장세가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미국은 경제 과열과 자산 가격 거품을 우려할 상황이 됐지만 유럽은 아직 더 돈을 풀을 여지가 충분하다.
유로존의 물가상승률은 아직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들어 유로존의 평균 인플레율은 0.1%로, 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 2%에 한참 못 미친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한 ECB의 대응은 제한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이번 금리인상으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양적완화 축소 발언으로 초래된 이른바 '긴축 발작(테이퍼 텐트럼·taper tantrum)' 때처럼 달러화 채권의 상환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ECB는 버냉키 의장 발언 이후 미국의 채권금리가 폭등해 세계 금융시장의 채권 금리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금리를 50베이시스 포인트(bp) 낮추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다.
ECB는 이어 수년간 유로존이 낮은 금리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하는 '선제적 안내(Forward Guidance)'로 시장을 안정시켰다.
ECB는 미국의 금리인상이 예상돼온 수개월 전부터 저금리 기조 유지와 추가 양적완화 시사 등을 통해 충격을 흡수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왔다.
소시에테제네랄(SG)의 미찰라 마르쿠센 이코노미스트는 "ECB와 연준의 정책 차이는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라면서 "연준이 2018년 초까지 기준금리를 2.75%까지 인상하는 반면, ECB는 그때까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전문가들은 영국이나 미국의 사례를 보면, 초저금리 기조에서 돈을 풀다가 다시 금리인상을 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면서 드라기 ECB 총재가 2019년 10월까지로 정해져 있는 임기 내에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