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뉴스

[한수진의 SBS 전망대] "공탁금 5백만 원에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감형?"

* 대담 : 임제혁 변호사 (법무법인 메리트)


구글 선호 소스에 SBS뉴스 추가
동영상 표시하기

▷ 한수진/사회자:

뉴스에 나오는 법률 이야기, 쉽게 풀어드립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어서오세요!

▶ 임제혁 변호사: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최근 들어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데이트 폭력이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매우 심각해지고 있어요?

▶ 임제혁 변호사:

최근 5년 동안 소위 데이트폭력으로 분류할 수 있는 사건만 약3만5,000건이 넘는다고 합니다. 연평균 7,000건이라는 건데,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 믿기 어려운 일이죠.

▷ 한수진/사회자:

최근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벌어진 데이트폭력 사건이 큰 화제가 됐는데요. 사실 이 사건은 저희 SBS에서 단독 보도해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구요. 논란이 불거지자 여론의 압박을 받은 조선대 측에서 이 학생을 처벌까지 하게 된 것입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이 사건의 내용, 간단히 소개해주시죠? 

광고
광고 영역
오프라인 본문 이미지 - SBS 뉴스

▶ 임제혁 변호사:

네 조선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던 남녀 커플이 있었습니다. 남자가 밤늦게 전화를 했고 잠을 자던 여자친구는 잠결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이윽고 남자가 여자의 집에 찾아가서는 전화받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약 네 시간 동안 집안에 가두고 무차별 폭행을 한 사건입니다. 이 사건으로 여자는 갈비뼈가 골절되는 상해도 입었구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 사건이 또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데 이 사건의 가해자가 벌금형으로 풀려났다고 하는데 제대로 처벌도 안받고 풀려난 이유가 뭔가요?

▶ 임제혁 변호사:

예, 먼저 형사재판을 보면요. 재판이 끝날 때쯤 검사는 구형을 하게 됩니다. 즉 검사가 재판을 받는 사람, 피고인에게 어느정도의 처벌을 내려달라는 것을 구하는 것인데요. 이 사건에서 검사는 징역 2년을 구합니다.

그런데 법원은 재판을 받는 남학생, 피고인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합니다. 벌금이 징역 보다 낮은 형벌이거든요. 물론 벌금 금액으로만 따지면 1,200만원이 작은 돈이 아니지만, 이런 무자비한 사건에서 벌금이 선고된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단지 전화를 제대로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네 시간 이상 감금하고 폭행해서 검사가 징역 2년을 구형했는데도 불구하고 1심에서 실형 대신에 벌금 천 2백만 원을 선고한 거군요?

▶ 임제혁 변호사:

네, 그런데 문제는 벌금을 선고하면서 법원이 유리한 양형사유로 든 내용입니다. 말이 좀 복잡한데, 법원에서 형사 사건의 판결을 할 때에는 법전에 정해진 처벌의 범위에서 어떤 처벌을 얼만큼 할지를 정하게 됩니다.

이를 두고 형의 양을 정한다, 양형이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양형에는 판단을 받아야 하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것도 있고 유리한 것도 있어요.

그런데 법원에서 형을 낮출만한 유리한 양형사유로 찾은 것이, 음주 벌금형 전과 외에는 범죄전력이 없고 피고인이 반성하고 있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피해회복을 위해 500만원을 공탁한 점, 그리고 피고인이 의학전문대학원을 다니고 있어 집행유예 이상의 형이 선고되면 학교에서 제적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법원이 의사될 사람의 미래까지 걱정해서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것이 말이되는가가 화두였다면, 지금은 다시 이 500만원 공탁이 과연 감형사유가 되는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피해자가 처벌을 요구하는 상황인데도 돈을 공탁한 것이 감형사유가 되냐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런데 피해자가 공탁 받은 거 필요 없다. 법원에 그냥 처벌해달라고 했는데도 처벌 대신에 공탁금 5백만 원에 풀려났다면서요?

▶ 임제혁 변호사:

물론 공탁금 500만원 때문에 풀려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판결하면서 언급한 바와 같이 500만원 공탁한 것도 유리한 양형사유가 된 것이지요.

▷ 한수진/사회자:

형사공탁제도, 우리가 흔히 공탁금이라고 하죠? 이게 무엇인가요?

▶ 임제혁 변호사: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공탁은 형사 피해자의 입장이 아니라 피고인, 즉 피해를 끼친 사람, 돈 줄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쉽게 돈 받을 사람이 누군지 모르거나 아니면 돈 받을 사람이 이를 거절할 때, 아니면 피해자가 지나치게 높은 합의금을 요구할 때 그런 상황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제도에요.

원래 양형사유 중에 가장 유리한 것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거에요. 일종의 용서가 이루어진 거죠. 그런 경우에는 가해자를 처벌할 가치가 뚝 떨어지는거에요. 가벌성이 떨어진다고 해요.

그래서 형사 사건에서는 피해자와의 합의가 중요한거에요. 그런데 피해자가 합의를 해줄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가 진정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지도 않는데 먼저 합의해주겠다는 피해자도 있을 수도 없어요.

오히려 피해자로서는 정말 처벌을 바라는 경우가 더 많죠. 그런 경우에 가해자는 합의, 아니면 적어도 피해를 회복시켜주기 위해 노력을 했다는 어떤 길을 열어주는게 공탁이에요.

문제는 공탁은 돈으로 한다는 거죠. 결국 돈이 있으면 이런 노력을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소위 유전무죄라는 빈축, 비판을 받게 되는거죠.

▷ 한수진/사회자:

형량을 결정할 때 공탁금이 어느 정도 참작이 되나요?

▶ 임제혁 변호사:

지금 말씀드린 것 처럼 공탁을 통해 자기가 피해자에게 입힌 피해를 회복시켜주려 했다는 점 때문에 공탁은 판결에서 참작이 안 될 수 없습니다.

문제는 이게 실형이 나오거나 집행유예 정도가 가능한 사안에서 아예 형의 종류를 바꾸어 벌금이 나올 수 있게 할 수 있냐는 것인데, 솔직히 부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광고
광고 영역

그럼 죄가 아무리 무거워도 공탁금만 내면 풀려날 수 있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너무 무거우면 안 되겠지요. 하지만, 공탁이라는 제도를 잘 활용하거나 아니면 교활하게 활용해서 처벌의 정도를 낮추어볼 여지는 충분히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결국 감형을 위해 공탁제도가 사용된다는 것이 되는데, 불합리한 경우가 생기지는 않나요? 분명히 생깁니다.

▶ 임제혁 변호사:

피해자도 두 부류가 있어요. 피해자와 악의적인 피해자죠. 저는 대부분 그냥 피해자가 더 많다고 생각해요. 용서를 해줄 마음이 없다는 것을 나쁘다고 할 수는 절대 없어요.

합의를 하든 용서를 하든 그것은 피해자의 마음입니다. 문제는 1만큼의 피해를 입었는데 10만큼의 금액을 달라는 피해자들도 있다는 거죠. 이런 사람들이 악의적인 피해자들이에요. 나머지는 그냥 피해자들입니다.

사실 공탁이 의미를 가져야 하는 부분은 후자에요. 비합리적인 피해자를 상대로 도저히 합의를 끌어낼 수 없을 때, 피해회복을 위한 최선을 다했다는 보여주기 위한 거죠.

문제는 피해자가 합의를 해줄 수 없을때, 도저히 가해자를 용서할 수 없는 경우에도 이러한 공탁이 효력을 발휘해야 되는 것인가입니다.

사람을 무자비하게 때리고, 또 때리고, 그래서 피해자는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고 하는데, 공탁했다고 처벌이 낮아지면 국민이 사법부를 신뢰하는데 한계가 생기죠.

▷ 한수진/사회자:

땅콩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도 공탁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었죠?

▶ 임제혁 변호사:

네, 이례적인 규모의 공탁금이 법원에 공탁되었죠.

▷ 한수진/사회자:

피해자하고 합의를 한 것도 아니고, 제대로 처벌받지도 않았는데 공탁금을 받고 풀려나도 되는 건가요?

▶ 임제혁 변호사:

이번 조선대학교 사건이 이런 문제까지 건드리게 된건 오히려 고무적인 것 같아요. 실무를 하는 입장에서 딜레마에 빠지는 부분이거든요. 피해자는 도저히 용서를 해줄 수 없다.

처벌을 구하고 있고, 가해자는 사실 별다른 용서를 빈것도 아니고 솔직히 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데 큰 액수를 공탁하면, 이거 어떻게 될건가.

그런데, 이때는 국민의 법감정을 법원이 헤아릴 줄 알아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기계적으로 공탁이 되었으니 감형사유라고 해서는 안되는 것 같습니다. 이건 돈으로 형량을 때운다는 거 밖에 되지를 않아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공탁이 되었다고 그걸 꼭 피해자가 가져가는 것은 아니라면서요?

▶ 임제혁 변호사:

네, 정말 감정의 골이 깊은 형사사건에서 피해자가 가해자가 공탁해놓은 돈을 찾아가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물론 형사사건에서는 그렇다고 가해자가 그걸 다시 찾아가기는 힘듭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찾아가지 않는 공탁이 의미가 있을까요? 그리고 10년간 안 찾아가면 이 공탁금은 국고귀속이에요.

▷ 한수진/사회자:

공탁금 때문에 형량이 줄어들게 되면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 임제혁 변호사:

공탁제도와 관련하여 늘 발생하는 비판입니다. 공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가난한 피고인이 있는 반면에 한 번에 억대의 돈을 공탁할 수 있는 가해자도 있어요.

같은 죄를 짓고, 피해자는 똑 같이 합의를 해줄 생각이 없고 처벌을 구하고 있어요. 공탁금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찾아갈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이 경우 공탁이 양형에서 의미를 가진다면, 돈으로 면죄부를 샀다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되는거죠.

▷ 한수진/사회자:

변호사님께서는 공탁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 임제혁 변호사:

아주 제한적으로 인정되어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합니다. 법원은 용서나 합의를 시켜주거나 강제하는 기관이 되어서는 안되요. 그리고 그 옆문으로 공탁이라는 금전적인 방법을 열어주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공탁은 피해자가 악의적으로 형사사건을 계기로 소위 한몫 벌려는 모습을 보일때만 인정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 외에는 피해자의 의견을 존중해야할 것입니다.

이번 조선대 의전원 사건처럼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구하고 공탁금을 찾아가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하는 경우에는 공탁의 효력을 인정해서도 안된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설명 잘 들었습니다. <법은 이렇습니다> 법무법인 메리트, 임제혁 변호사와 함께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광고
광고 영역
광고
이 시각 인기기사
기사 표시하기
많이 본 뉴스
기사 표시하기
광고
광고
광고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