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11.30~12.11)에서 언론의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사람 가운데 한명은 바로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다.
모디 총리는 총회에 참석하기 전부터 입장을 분명히 했다. 총회가 개막되기 하루 전인 지난11월 29일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에 선진국이 기후변화에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한 글을 기고했다.
현재의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그동안 선진국이 사용한 화석연료 때문이라면서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 의무 역시 선진국이 더 많이 져야 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의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한 것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급속하게 성장하는 개발도상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인도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지난 3일 발표한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의 올해 경제 성장률은 7.4%, 내년에는 7.8%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ADB가 예상한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2.7%, 내년 3.3%와 비교하면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보다 2.5배나 높다.
문제는 인도의 경제성장이 철저하게 석탄을 중심으로 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도 경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계속해서 화석연료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상황이다. 2013년 인도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24억 1천만 톤이다(자료:Global Carbon Project).
중국(99억 8천만 톤)과 미국(52억 3천만 톤)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다. 유럽연합 28개국(EU28, 34억 8천만 톤)을 하나로 볼 경우 인도는 4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나라가 된다. 2013년 기준으로 한국은 6억 2천만 톤을 배출해 세계 7위에 올라있다.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하고 있는 인도로서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것이 당연히 탐탁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경제성장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는데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것은 곧 경제성장을 멈추라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 선진국이 이미 오래전부터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면서 경제성장을 해놓고 이제 성장을 시작한 인도에 경제성장 속도를 늦추라고 요구한다면 인도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모디 인도 총리가 들고 나온 것이 이른바 기후정의(Climate Justice)다.
지금까지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한 것은 선진국인데 정작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온실가스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저개발국이 본다는 것은 불평등하고 정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성장뿐 아니라 다른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을 대표해 어찌 보면 모디 총리가 총대를 멘 것이다.
때마침 영국의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은 파라총회 기간 중인 지난 2일 ‘극심한 탄소 불평등(Extreme Carbon Inequality)’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옥스팜은 전 세계 소득 상위 10%의 부유층이 전 세계 온실가스의 절반가량을 배출하고 소득 하위 50%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전체의 10%에 불과하다면서 파리총회가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래 그림은 소득 십분위수와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을 나타낸 것으로 소득 상위 10% 인구(약 7억 명)가 전 세계 이산화탄소의 49%를 배출하고 소득이 감소할수록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소득 하위 50%인 약 35억 명의 인구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모두 더해도 전체의 10%에 불과하다(그림 참조).
어찌 보면 이번 파리 기후변화총회의 성패는 인도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 세계 어느 누구도 기후정의를 부인하기는 어렵다. 선진국들은 반드시 가난하고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기후변화에는 가장 취약한 개도국과 저개발국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개도국이나 저개발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해 발전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할뿐 아니라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술에 대한 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 개발도상국을 이끌고 있고 세계에서 3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인도가 기후정의를 내세워 현재 사용 중인 석탄을 비롯한 화석연료를 줄이거나 대체하겠다는 구체적인 약속과 약속 이행을 게을리 한다면 파리 협약 역시 교토의정서와 마찬가지로 출발하기도 전에 한계를 노출할 가능성이 있다.
기후변화는 불가피하게 경제적인 불평등과 연결되어 있다. 그동안 개발도상국이나 저개발국보다는 선진국이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했고 가난한 사람보다는 부유층이 상대적으로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은 선진국보다는 저개발국에, 그리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혹독하게 다가온다. 특히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저개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도나 중국처럼 급속하게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에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이다.
당연히 기후변화 재앙은 이들에게도 가혹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선진국이나 가진 사람이 개도국이나 저개발국, 갖지 않은 사람에 대한 배려와 지원은 반드시 있어야 하지만 거대 개발도상국 역시 새로운 기후체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이 당장은 억울해 보일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후정의를 실현하고 기후변화 재앙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자국 국민을 보호하는 길일 것이다.
첸나이를 비롯한 인도 남부에서는 지난달 8일부터 시작된 100년만의 폭우와 홍수로 지금까지 188명이 숨진 것으로 인도 언론이 2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