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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성 물질에 발목잡힌 해수담수 수돗물공급 1년넘게 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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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부산시가 물 관련 산업의 해외시장을 선점하려고 2천억원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한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사업이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 문제에다 행정불신까지 더해져 1년 넘게 표류하고 있다.

부산시는 하루 최대 생산능력 4만5천t인 담수시설에서 우선 2만1천t의 해수담수화 수돗물을 생산해 7일부터 기장지역 3개 읍·면에 공급하려 했지만 주민 반발에 밀려 통수를 연기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두 번째다.

시는 지난해 12월 공급을 연기하면서 "주민의 동의 아래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모든 논란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지난 1년 간 허송세월만 보낸 셈이다.

장안초등학교 등 3개 학교가 이날 등교거부를 결의하는가 하면 기장군의회 의원들이 철야농성에 돌입하는 등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놓고 반대여론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 취수구, 원전에서 11km…입지 선정부터 잘못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을 반대하는 기장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이번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는 입지 선정이 처음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고리원전 배수구와 해수담수화 시설 취수구까지는 직선거리로 11km에 불과하다.

정부는 2008년 6월 입지선정 예비제안서에서 제1후보지로 기장읍 대변리 해안, 제2후보지로 기장군 일광면 학리, 제3후보지로 기장군 일광면 칠암리, 제4후보지로 영도구 동삼동 등 4곳을 두고 입지 선정에 들어갔지만 토지가격, 주변 민원 등을 고려해 지금의 기장읍 대변리 해안이 최종 입지로 선정했다.

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원전에서 이처럼 가까운 곳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설치한 곳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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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중수소' 안정성 논란…밀어붙이기식 행정이 불신 키워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 논란은 방사성 물질 중 삼중수소(H-3, Tritium) 문제로 처음 불거졌다.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다.

중수 중의 중수소(H-2)가 중성자와 결합해 삼중수소를 생성한다.

의학계에서는 삼중수소에 오염된 식수, 음식 등에 장기간 노출되면 유전자변형을 일으키거나 갑상샘암 등 각종 암 발병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의 증발식이 아니라 역삼투압 방식의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이 삼중수소를 걸러내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산됐다.

지난해 12월 통수중단 때 삼중수소 측정 장비가 없었던 부산시상수도사업본부는 삼중수소의 존재 자체를 모르고 있다가 환경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그때서야 미국에 수질 조사를 의뢰하는 등 늑장 대처를 하다 불신을 키웠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지난 1년 간 100여 차례 수질조사에서 삼중수소를 비롯한 인공방사성 물질이 단 한 번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들어 1년여 만에 통수를 결정했지만 이번에도 주민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고 '안전하니 마셔라'식의 밀어붙이기를 강행하다 반발에 부딪혔다.

지난달 말에야 시가 조직한 수질검증연합회 주최로 첫 주민공청회가 열렸지만 반대 주민의 발언권이 보장되지 못하는 등 파행을 겪었다.

상수도사업본부는 세계최고 권위를 가진 미국국제위생재단(NSF)을 비롯한 5개 전문기관에 지난 1년간 104회에 걸쳐 삼중수소를 비롯해 72종을 검사 의뢰한 결과 인공방사성 물질은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대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은 상수도사업본부가 말하는 '불검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용호 해수담수화 반대주민대책위원장은 "상수도사업본부가 말하는 '불검출'은 방사성 물질이 아예 없다는 뜻이 아니라 기기가 검출할 수 있는 최소 한계치 이상이 나오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를 두고 안전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과 환경단체는 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지 않아 안전하다는 상수도사업본부의 입장과는 달리 고리원전의 방류수 방류량, 시점 등을 모르는 이상 수질검사에 제대로 된 시료가 사용됐는지도 의문이라며 여전히 불신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좌관 부산가톨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고리원전에서 방류량, 시기 등을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 시료 채취는 무의미하다"며 "방류량에 따라 심중수소의 농도가 어떻게 변하는지 세밀하게 따져 봐야 안전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성 물질은 미량이라도 장시간 노출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더구나 매일 마시는 물이어서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수 결정 방침은 시의회 소관 상임위원에도 보고하지 않고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정명희 의원은 "주민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중요한 일을 결정하면서 시의회에 협조는 물론 전혀 알리지도 않고 비밀스럽게 통수를 결정했다"며 "더구나 매일 마시는 물을 공급하는 데 있어 밀어붙이면 된다는 생각을 한 발상 자체가 큰 잘못이다"고 지적했다.

◇ 주민투표 놓고 부산시·주민 입장 '팽팽'

주민들은 해수담수화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주민투표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이 마셔야 하는 물인 만큼 주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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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주민투표에서 80%이상 동의가 나오면 공급할 것을 부산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시는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사업은 국가사업이고, 수돗물에 이상이 있을 때는 생산중지를 결정할 권한이 수질검증연합위원회에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하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주민투표와 함께 기장군이 수돗물 공급중단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낼 것도 요구하고 있다.

기장군이 이미 주민동의 없는 수돗물 공급은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기 때문에 가처분신청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은 2009년에 국비 823억원, 시비 424억원, 민자 706억원 등 모두 1천954억원을 들여 착공한 뒤 2014년 하반기에 준공했다.

하루 생산량은 4만5천t에 달해 역삼투압 방식의 담수화 시설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부산지역의 수자원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역삼투압 방식의 해수담수화 기술을 축적하기 위한 시험단지(테스트 베드)로 조성한 것이다.

국토해양부는 당시 해수담수화플랜트 테스트베드 건설지 유치신청 제안서를 평가해 부산을 우선협상대상 기관으로 선정해 사업을 추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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