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른바 '수저론'이 화두다.
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발전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흙수저'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임금소득 계층 상위 10%와 하위 10%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취업 문턱은 갈수록 높아지면서 세대 간·계층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
지난해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학 교수의 저서 '21세기 자본'을 계기로 각계에서 불평등에 관한 담론이 쏟아져 나온 것도 빈부격차 등의 문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 사례다.
이런 가운데 장하성 고려대 교수의 '왜 분노해야 하는가'를 필두로 분배의 실패와 경제적 불평등 심화를 다룬 책들이 잇달아 출간되면서 또다시 이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장 교수는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우리나라가 '기적에서 나락으로' 떨어졌다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고도성장과 더불어 성장의 과실이 비교적 공평하게 향유 되던 기적은 이어지지 않았고, 지난 20년 가까운 기간 소득분배의 균형은 완전히 상실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해진 나라가 됐다"고 선언한다.
저자가 책에서 다루는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왜 불평등해졌는가",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누가 바꿀 수 있는가".
결국 희망은 청년이다.
지금의 한국을 만든 건 기성세대인데 청년세대에게 바꾸라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일 수 있다.
더구나 기성세대가 만든 틀에서 열심히 살아온 청년세대는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저자는 그러나 "청년세대에게 강요된 틀에 무조건 순응하지 말고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한국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기성세대가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 세대의 방식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류동민 충남대 교수와 주상영 건국대 교수가 쓴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역시 불평등의 문제를 정면으로 파고든다.
'주류 경제학자와 비주류 경제학자 불평등을 이야기하다'라는 부제처럼 주 교수는 화폐경제학을 연구한 이른바 '주류', 류 교수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한 '비주류'다.
같은 경제학자이면서 서로 다른 지점에 서 있던 이들은 영세 자영업, 비정규직 노동, 부의 대물림과 같은 한국의 현실에 문제의식을 느껴 공동연구를 시작했고 이 책이 나오게 됐다.
책은 피케티의 이론에 영향을 받아 한국적 불평등과 분배 혹은 불평등과 성장의 문제를 두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꼼꼼하게 분석했다.
1∼2장은 류 교수가 3∼5장은 주 교수가 썼으며 서로 돌려 읽고 의견을 제시한 뒤 각자 책임지고 수정했다.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관점의 차이를 비교하면서 읽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와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이 경제학적 관점에서 불평등 문제를 다뤘다면 미셸 팽송과 모니크 팽송-샤를로가 쓴 '부자들의 폭력'은 사회적 관점에서 이 문제를 바라본다.
프랑스 출신의 부부 사회학자인 이들은 책에서 불평등은 '폭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폭력이란 무엇인가? 주먹으로 때리거나 칼로 찌르는 것, 다시 말해 신체에 직접적으로 가해지는 공격도 있지만, 어떤 이들의 가난과 다른 이들의 부로 표현되는 것도 있다."(본문 11쪽 중) 저자들은 불평등에서 부를 취하는 부자들의 행태와 서민에게 자행되는 부자들의 폭력을 철저히 파헤치면서 무책임해진 자본주의와의 결별을 주장했다.
'왜 분노해야 하는가' 헤이북스.
468쪽.
2만2천원.
'우울한 경제학의 귀환' 한길사.
336쪽.
1만8천원.
'부자들의 폭력' 미메시스.
280쪽.
1만9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