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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지도자' 슈미트 전 독일 총리 고향 함부르크에 영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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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96세로 지난 10일(현지시간) 작고한 헬무트 슈미트 전 독일 총리의 장례가 23일 함부르크에서 국장으로 엄수됐다.

슈미트 전 총리는 생전 자신의 유언에 따라 수도 베를린이 아니라 고향인 함부르크에서 장례의식을 거쳐 영면에 들어갔다.

이날 장례식이 열린 성 미하엘리스 중앙교회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요아힘 가우크 대통령,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로만 헤어초크·호르스트 쾰러·크리스티안 불프 전 대통령 등 독일 전현직 정치지도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족적을 기렸다.

모두 1천 800명의 공식 참석자 중에는 고인이 총리로 재직한 1974∼1982년 유럽의 두 축으로 활약했던 프랑스의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전 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조르조 나폴리타노 전 이탈리아 대통령 등 해외 인사들도 함께했다.

또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옌스 슈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등 현직에 있는 주요 기관 리더들이 자리를 지켰다.

우리나라에서는 김태호 새누리당 의원과, 이경수 주독대사를 대신한 장시정 함부르크 총영사가 정부조문 대표로 함께해 예를 표했다.

메르켈 총리는 추도사에서 "어려운 과업에 맞닥뜨려서 옳다고 생각하면 정치적 결과가 따르더라도 최고의 희생을 각오한 채 책임을 다했던 권위의 인물"이라고 고인을 회고하며 "그의 타계는 우리 모두에 끔찍한 전환점"이라고 애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파리 테러를 거론하고는 "동기는 다르지만 테러가 여전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같다"면서 고인이 총리로 있을 때 극좌 적군파 테러 위협에 맞서 위기를 돌파한 것을 언급하는 것으로 테러에 대한 원칙적인 태도도 거듭 강조했다.

올해 92세의 키신저 전 장관은 독일어로 한 추모사에서 고인을 '특별한 친구'로 부르면서 차가운 이성을 가진 실용주의 정치인으로 평가한 뒤 "양심 없는 정치는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는 슈미트 전 총리의 어록을 옮겼다.

슈미트 전 총리는 젊은 시절, 나치가 주도한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이력 역시 자신이 사회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유라며 권력게임보다는 도덕률에 기운 정치철학을 앞세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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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전 장관은 "그가 없는 세상은 내게 너무나 공허할 것이기에, 슈미트 전 총리의 90세 생일 때 나보다 오래 살기를 바란다고 덕담했었는데, 고인이 내내 우리 곁을 지킬 것이라는 내 생각은 잘못됐다"고 탄식하고 "완벽주의자, 분위기있고 끝없이 탐구하고 영감이 풍부하고 항상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고인과 같은 사민당 소속의 올라프 숄츠 함부르크시장은 "하나의 거인을 잃었다"면서 "그 없이 독일 사회와 정치 이슈의 토론이 진행돼야 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다"고 슬퍼했다.

국장이 엄수된 성 미하엘리스 중앙교회는 함부르크의 상징 가운데 하나로 미헬 교회로도 불리며 132.14m 높이의 첨탑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선 2010년 먼저 세상을 떠난 슈미트 전 총리의 부인 로키의 장례식도 열렸고, 이 인연으로 고인은 공식 장례식장으로 이곳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장례식 참석자 외 수많은 시민은 함부르크시청 등에 마련된 조문실을 찾고 조문옥에 추도 글을 남기며 슈미트 전 총리를 추도했다.

고인의 시신은 장례식 이후 경찰의 엄숙한 경비 아래 시내를 관통해 운구된 뒤 화장 절차를 밟고서 올스도르프 지역에 있는 사설 가족묘역에 안장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동방정책의 빌리 브란트 전 총리가 측근의 스파이 사건으로 사임하고서 총리직 바통을 넘겨받은 슈미트 전 총리는 사민당을 대표하는 최고지도자로 활약했다.

시기적으로는 브란트와, 이후 자신의 후임 총리였던 헬무트 콜을 잇는 냉전 완화와 독일 통일의 가교 총리였고 재임 중 닥친 오일쇼크, 적군파 테러, 구 소련의 핵미사일 유럽향 배치, 통화체제 위기 등 온갖 위기를 헤쳐나간 위기 시대의 총리이자 유로통화체제의 기반을 다진 유럽의 지도자였다.

총리 사임 후에도 시사주간지 차이트의 공동발행인이자 독일사회가 귀 기울이는 최고 현자로 역할하면서 현안에 대해 왕성하게 발언하고 메르켈 전 총리에게도 조언했다.

독일인들은 그런 초고령의 고인을 역대 총리 중 가장 가깝게 느끼며 존경하면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멘솔 담배를 입에 물던 '애연가 슈미트'를 기꺼이 용인했다.

주간지 슈피겔은 슈미트 전 총리의 타계를 다룬 최근호에서 "세기의 인물"로 고인을 묘사했고, 이날 독일 주요 언론은 모두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집중 조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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