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거액의 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게 어제(19일) 징역 3년 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검찰은 8년을 구형했지만, 총 7개의 혐의 중 절반가량이 무죄로 판단돼 상습 도박 혐의도 인정되지 않고 단순 도박 혐의만 적용됐는데요, 그나마도 1심 재판이었을 뿐입니다.
최근 법원 판결의 트렌드를 보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아도 결국엔 무의미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한석 기자의 취재파일입니다.
과거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재벌들에 대한 양형의 공식과도 같았습니다. 지난 2008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그 첫 번째 예시였습니다.
하지만 따가운 여론 속에 대법원은 양형위원회를 출범시켰고, 그 뒤로 한동안 법원은 재벌 범죄에 자비를 베풀지 않았습니다.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신호탄으로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 모두 실형을 받아 옥살이를 했습니다.
판결문에서도 법원이 재벌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써오던 문구인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는 표현은 사라졌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 법원 판결에 '복고'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조세포탈 혐의로 1, 2심에서 실형을 선고했다가 다시 대법원이 파기환송한 이재현 CJ 회장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말입니다.
물론 이재현 회장은 건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법원이 구속집행정지를 계속 허용해주고 있어서 이미 2년 넘게 사회에 나와 있긴 하지만, 김승연 회장 때처럼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원이 이제는 예전처럼 1심부터 통 큰 아량을 베풀기보다는 일단은 실형으로 엄중한 판결을 내렸다가 2심 또는 대법원을 거쳐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여론의 관심이 뜨거울 때와 식었을 때 법원의 판결이 고무줄처럼 뒤바뀐다고도 볼 수 있는데요, 그런 점에서 장세주 회장의 남은 판결도 끝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달 중견기업 코스틸의 박재천 회장은 회삿돈 135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검찰이 구형한 2년 6개월보다 오히려 2배 많은 5년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횡령액만 단순 비교해봐도 장세주 회장보다 70억 원이 적었는데도 말이죠.
검찰은 10여 년에 걸친 미국 카지노 내부 전산 자료를 증거로 제출해 장세주 회장의 상습 도박 혐의가 공소기각된 데 대해 항소에 나설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