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니파 무장반군 '이슬람국가'(IS)가 자행한 사상 최악의 프랑스 파리 테러를 계기로 구글과 야후, 애플 등 정보통신(IT) 기업들의 암호화 기술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정보 당국은 물론 일부 연방의원들까지 나서 IT 기업들의 지나친 암호화 조치가 테러리스트들의 추적 및 검거를 더욱 어렵게 한다고 비판하고 나선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최소 8명의 파리 테러범이 잘 짜인 한 편의 각본처럼 파리 도심 6곳에서 동시다발적 테러를 감행할 수 있었던 것도 사이버 비밀 공간에서 오간 이들의 테러 음모를 당국이 사전에 적발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은 17일(현지시간) 기자들과 만나 "지금과 같은 상황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군사위에서 (지나친 암호화 조치에 따른 부작용 문제를 논의할) 청문회를 개최해 관련 법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상원 정보위원장을 지낸 민주당 소속 다이앤 파인스타인(캘리포니아) 상원의원도 16일 MSNBC 방송에 출연, "만약 IT 기업들이 악마(테러리스트)들이 비밀 통신을 하도록 도와주는 그런 생산품을 만든다면 이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존 브레넌 CIA 국장도 같은 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글로벌 안보포럼' 연설에서 파리 테러가 미국 정보기관의 도·감청 필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줬다고 주장했다.
브레넌 국장은 "IS의 파리 테러 공격은 무고한 시민을 보호하려는 정보기관의 활동을 왜곡하려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면서 "미 국가안보국(NSA)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의 (무차별 도·감청) 폭로 이후 취해진 각종 조치들이 테러리스트들을 색출하려는 우리의 능력을 훨씬 어렵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뉴욕시 경찰국장인 윌리엄 브랜튼 역시 지난 15일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 인터뷰에서 "IT 기업들의 지나친 상업화의 결과로, 또 기업 당사자는 물론 법을 집행하는 우리, 특히 합법적인 영장을 갖고도 접근할 수 없는 각종 기기가 판매됨으로써 여러 측면에서 우리가 사실상 아무것도 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애플과 구글의 최신 스마트폰 운영체제(OS)는 이들 기업 스스로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단단한 암호화 기술을 채택하고 있다.
제이 존슨 국토안보부 장관도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IT 기업들의 지나친 암호화는 정부가 범죄 행위나 잠재적 테러행위를 적발해 예방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한다. 암호화된 정보에 대한 접근 차단은 공공의 안녕 유지에 문제를 야기한다"며 비판해 왔다.
그러나 IT 기업들이 당국과 일부 의원들의 이 같은 전방위 압박에 굴복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구글과 야후 등은 수사 및 정보기관이 자신들의 시스템에 은밀히 접근할 수 있는 이른바 '뒷문'을 열어놓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이들 IT 기업은 파리 테러 직후라는 민감한 시점을 감안해 이 사안 자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의회전문지 더 힐(The Hill)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