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영화 <니모를 찾아서>에 나오는 마음씨 좋은 거북이 캐릭터 기억하시나요? 정확히는 푸른바다거북, 또는 바다거북으로 전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동물인데요, 미래에는 이 바다거북을 만화에서나 볼 수 있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안영인 기자의 취재파일 보시죠.
미 국립해양대기국과 야생생물보호국 연구팀이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만에서 서식하는 푸른바다거북의 성비를 조사했습니다.
바다거북은 보통 다 자라기 전까지는 암수를 구별하는 게 쉽지 않아서 혈액을 이용해 성별을 측정했는데요, 다 자란 성체의 경우 암컷이 전체의 74%를 차지했고 성장기의 경우 전체의 78%나 암컷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구에서도 성장기의 경우 81%, 부화기의 경우 최고 99.8%까지도 죄다 암컷인 것으로 드러났는데요, 이렇게 성비가 깨진 이유는 다름 아닌 지구 온난화 때문으로 분석됐습니다.
바다거북의 성은 유전자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배아가 발달하는 단계에서 주변 환경, 특히 해안 모레 온도에 의해 결정되는데, 온도가 섭씨 27.7도에서 31도 사이에선 암수의 비율이 1:1로 태어나지만, 온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암컷이 많이 태어나고 낮으면 낮을수록 수컷이 많이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자꾸만 서식지가 따뜻해지는 상황에서 바다거북들이 조상 대대로 내려온 기존의 생존방식을 바꾸고 알을 낳는 장소를 이동하지 않으면 성비를 유지하며 살아갈 수 없게 된 겁니다.
적정량의 수컷만 있다면 새끼를 낳을 수 있는 암컷이 많아질수록 개체 수가 늘어나 멸종위기를 벗어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수컷이 적으면 적을수록 유전자의 다양성이 훼손돼 종 보존에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앞으로 계속해서 현재의 시나리오대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간다면 10년에서 15년 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수컷을 찾아보기 힘든 기현상도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가 생태계에 미칠 혼란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다가올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