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 테러 당시 프랑스 축구 국가대표 선수 남매가 한 명은 자살폭탄 공격이 벌어진 경기장에서, 다른 한 명은 인질극이 벌어진 바타클랑 극장에서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은 프랑스 축구선수 앙투안 그리즈만(24·아틀레티코 마드리드)과 그의 누나 마우드(27)가 테러가 발생한 13일(이하 현지시간) 밤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과 바타클랑 극장에 각각 머물고 있었다고 보도했습니다.
당시 앙투안은 파리 북동쪽 외곽 생드니의 스타드 드 프랑스 경기장에서 독일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전반전이 시작되고 오후 9시 20분 경기장 바깥에선 두 차례의 폭발음이 터졌습니다.
당시 경기장에 있던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황급히 대피했으나, 경기는 계속 진행됐고 8만 명의 관중도 자리를 지켰습니다.
경기 종료 후 일부 출입구가 봉쇄되면서 이튿날 오전 2시 55분까지 경기장 밖으로 벗어나지 못한 앙투안은 누나 마우드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다른 관객들과 함께 테러범에 인질로 잡혀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바타클랑 극장은 이번 테러 중 가장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곳으로, 괴한들의 총기 공격으로 모두 89명이 숨졌습니다.
누나가 무사한지 확인하지 못해 애가 탄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신이시여 제 여자형제와 프랑스를 보살피소서"라고 글을 남겼습니다.
그의 글은 1만5천여 차례 이상 리트윗됐습니다.
이후 앙투안은 오전 3시 트위터에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제 누나가 바타클랑 극장에서 탈출했습니다. 희생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해 기도합니다"라고 올렸습니다.
바타클랑 극장에 온 호주인 아버지와 아들도 총소리가 난 직후 아버지가 아들에게 "밑으로 엎드려라"라고 말한 덕분에 둘 다 모두 살아났습니다.
존 리더(46)는 CNN 방송에 "뭔가가 귀를 스쳐 무대로 향하는 걸 느끼고 나서 모두가 바닥에 엎드리는 걸 봤다"며 생사의 순간을 돌이켰습니다.
그는 "테러범이 극장 홀 뒷쪽에 서서 전방의 사람들을 겨냥했다"면서 "총을 난사하지 않고 조준-사격, 조준-사격을 거듭해 모두들 '움직이면 죽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오른쪽을 보니 극장 출구가 열리고 사람들이 피하는 것이 보였다. 총격이 잠시 멈춘 틈을 타 아들 오스카를 꼭 붙잡고 함께 뛰어 나갔다"면서 "바닥은 피바다였고 사방에 사람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몸서리를 쳤습니다.
호주 맬버른에서 온 소피 도런(30)도 극장에서 경찰이 올 때까지 30여 분 간 죽은 척 한 덕분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가 총을 맞은 가운데서도 도런은 의자 뒤편에 숨어 경찰이 올 때까지 죽은 것처럼 가장해 테러범의 조준 사격을 피했다고 그의 아버지가 ABC방송에 전했습니다.
캉탱 봉가르는 여자친구와 함께 테러가 벌어진 한 식당에 갔다가 서로 말다툼을 벌인 끝에 그곳을 떠났지만, 그 직후 공격이 벌어져 목숨을 구했습니다.
봉가르는 "이번 테러 장소들은 모두 내가 자주 가는 곳"이라며 "정말 무섭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날 프랑스-독일 축구 경기에 출전했던 프랑스 미드필더 라사나 디아라(30·올랭피크 마르세유)는 이번 테러로 사촌이 희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