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비켜'라며 반말한 데 항의해 순찰차 진행을 막은 혐의로 기소됐던 30대가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대전지법 형사 8단독 이혜린 판사는 술에 취해 순찰차 앞을 가로막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정 모(38)씨에 대해 '부적법한 현행범 체포'에 항의하는 정당행위로 보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6일 오전 5시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포장마차 앞길.
폭력 신고를 받고 출동 중이던 대전둔산경찰서 소속 모 지구대대원들은 술에 취해 길 한가운데로 걷는 정 씨에게 경적을 울리며 비켜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요지부동이던 정 씨는 욕설하며 순찰차 앞을 가로막고 진행을 방해했습니다.
또 상의를 벗고 몸에 물을 뿌린 뒤 순찰차 보닛을 양손으로 치는 등 약 20여 분 동안 공무를 수행중인 대원들의 업무를 방해했습니다.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된 정 씨는 결국 법정에 서는 처지가 됐습니다.
문제는 법원이 정 씨에 대해 '정당행위'를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입니다.
재판과정에서 경찰의 부적법한 현행범 체포 과정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경찰이 정 씨에게 비키라고 먼저 반말을 하자 이에 항의하기 위해 정 씨가 순찰차 진행을 막아선 것으로 재판부는 인정했습니다.
경찰이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고지한 뒤 수갑을 채우려 했기 때문에 정 씨가 순찰차 보닛을 내리치는 등 난동을 부린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경찰은 정 씨가 난동을 부린 게 체포되기 전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정 씨가 '억울하게' 체포되는 과정에서 난동을 핀 것으로 봤습니다.
경찰은 평소 다른 사건에 대한 대처와는 다르게 사건 현장을 촬영한 인근 폐쇄회로(CC) TV나, 출동한 두대의 순찰차에 부착된 블랙박스 영상·녹음물을 재판부에 전혀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단순히 길에 서서 순찰차 앞에서 비키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집행방해죄에서 말하는 폭행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따라서 부적법한 현행범 체포에 대항해 상의를 벗고 보닛을 치는 등의 행위를 한 것을 공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순찰차가 진행하던 곳은 인도가 없어 평상시에도 통행인이 많은 거리이고 주말이나 야간은 차량 통행이 오히려 드물다"며 "정 씨의 행위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판결로 정 씨를 공무집행방해로 현행범 체포한 경찰의 고압적인 법 집행 태도가 도마 위에 오를 전망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