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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의료진 원폭 피해자 상담…"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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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원폭 피해자인 김일조(88) 할머니가 합천문화예술회관에서 일본인 피폭 전문의사 우에다 야스오씨와 마주 앉았다.

일본어로 대화를 나누는 둘 사이에 어색함은 없었다.

이날 합천에는 6명의 일본 원폭 전문의사가 방문했다.

이들은 12일까지 합천·거창 지역 원폭 피해자 313명을 대상으로 건강 상담을 한다.

일본 의료진은 매년 두 차례 방문하고 있다.

2월초 대구에서 작년에 미뤄진 상담이 진행됐다.

합천서도 지난 6월에 상담이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메르스 여파로 오늘로 미뤄졌다.

12월에는 부산에서 올해 마지막 상담이 진행된다.

2005년부터 시작된 건강 상담은 피폭 피해자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합천을 비롯해 서울, 대전, 부산, 대구, 합천, 마산 등 권역별 도시에서 20차례 4천71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건강 상담은 국내 원폭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결과로 2003년부터 일본 정부가 국외 거주 원폭 피폭자들에게 원호수당과 연간 의료비, 연 1회 건강검진 제공을 결정하면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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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검진을 받은 피폭자를 대상으로 일본 원폭 전문 의료진이 2005년부터 한국에서 건강 상담을 해오고 있다.

김 할머니도 일본인 원폭 전문의사로부터 3번째 건강 상담을 받고 있다.

그는 1928년 일본 교토에서 태어났다.

2살 되는 해에 가족들과 함께 히로시마로 집을 옮긴 할머니는 18세 되던 해인 1945년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을 똑똑히 기억했다.

당시 판자촌에서 셋방살이를 했던 김 할머니 가족은 원폭이 투하된 지점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원폭 때문에 살던 집이 무너졌다.

집에 있던 가족 모두가 큰 상처를 입었다.

김 할머니 역시 머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친 김 할머니 가족에게 일본 정부가 한 치료는 물에 희석한 요오드 액을 상처에 발라준 게 전부였다.

그해 10월 할머니는 일본에서 나와 남편 고향 합천으로 왔다.

일본에서 나고 자란 김 할머니의 한국 생활은 힘들었다.

더욱이 피폭으로 말미암아 두통과 위장병이 고질병처럼 찾아왔다.

2012년에는 위암으로 수술까지 받았다.

김 할머니는 위암이 피폭의 영향이라고 믿고 있다.

할머니는 피폭 사실을 바꿀 순 없지만 제발 더는 아프지 않고 살았으면 마음뿐이다.

김 할머니는 일본에 대한 앙금을 숨기지 않았다.

위안부와 독도 문제 등 아직 풀어야 할 문제도 많다고 했다.

일본이 대법원 판결에 따라 할 수 없이 내린 조치지만 최근 해외 피폭자에 대해서도 일본 내 피폭자와 같게 의료비 전액을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을 고마워했다.

마음놓고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인배 대한적십자사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관장은 "현재 합천복지관에 치료비 등 문제로 일본까지 가서 치료를 받고 오신 분들이 꽤 있다"며 "이번 일본 정부의 결정으로 치료액 상한선이 없어져 피폭 피해자들이 마음 놓고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건강 상담에 참가한 나가사키원폭병원 우에다 야스오 부원장도 "한국 내 원폭 피해자 실태를 정확히 파악해 일본 정부 지원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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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원폭피해자 인권과 복지를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인 합천평화의집(원장 윤여준)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 한국인 원폭피해자 특별법 제정 운동 전개 11년 만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 안건으로 상정됐다고 밝혔다.

평화의 집은 "한국은 제2의 피폭국가임에도 원폭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법과 제도조차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현재 일본은 원폭피해자 1세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지원은 책임과 배상 차원의 지원이 아닌 '인도적 차원'의 지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한적십자사가 한일 정부의 위탁을 받아 국내 원폭피해자 피폭자 건강수첩 신청과 교부, 원호수당 및 장례비, 의료비 지원, 원폭증 인정 접수 관련 업무 등을 대신하고 있지만 모든 지원은 법률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고 이 단체는 덧붙였다.

합천평화의집 이남재 사무총장은 "원폭이 투하된 지 벌써 70년, 한국 정부와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원폭피해자들이 힘겨운 삶을 살아온 지도 70년이 되었다"며 "오는 11일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원폭피해자 특별법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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